[더팩트ㅣ주현웅 기자]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중심인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가 연일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와 위례신도시 사업의 핵심 정재창 씨의 입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폭로를 계속하고 있지만 대부분 '전언'이라는 한계가 있다. 특히 사업을 주도한 김만배 전 기자가 출처인 증언이 많다. 김 전 기자가 부인하면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갖지 못한다.
김 전 기자가 말문을 열지를 놓고는 회의적인 분석이 나온다. 폭로전에 가세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아 보인다는 이유다.
오히려 침묵을 지킬 수록 얻을 게 더 많다는 시각도 있다. 그의 혐의인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은 뇌물죄보다 부패재산의 몰수나 추징이 까다롭다. 지은 죄만큼 벌 받고 돈은 지키는 선택이 가능하다.
만약 남욱 변호사의 주장대로 김 전 기자가 이재명 대표 측에 로비해 사업 편의를 받았다고 시인하거나 밝혀지면 김 전 기자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혐의가 추가 적용돼 재산의 국고 몰수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전 대통령 후보의 최대 의혹의 공범이 돼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김 전 기자는 구속기간 만료 석방 전부터 언론 인터뷰는 하지않겠다며 법정에서만 말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 아프다며 증언 거부한 '위례몸통'…골프 챔피언 돼 "찹쌀떡 붙듯 잘 됐다"
대장동 사업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오히려 위례신도시 개발특혜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부동산업자 정재창 씨를 주목한다. 그는 위례에서 성남도개공 관계자들과 내부 정보를 공유하고 특정 시공사가 선정되도록 하는 등 부패방지법 등 위반 혐의로 지난 9월 기소됐다. 이밖에 위례신도시 관련 수사가 탄력이 붙은 만큼 각종 증언이나 진술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위례신도시는 대장동의 모의고사로 불릴 만큼 개발 방식이 유사하다. 정 씨는 시행사인 위례자산관리 최대주주로서 사업 참여자 중 가장 큰 이익을 본 인물로 알려졌다. 위례신도시 개발 후 대장동 사업 초반까지 남 변호사 및 정 회계사와 한 팀으로 움직였으나 구속은 면했다. 대장동 안팎에선 정 씨가 일종의 '딜'을 통해 검찰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 정 씨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 6월에는 수원CC 골프클럽 선수권대회에 참여해 수원CC 최초로 챔피언 8승을 달성해 트로피와 꽃다발을 들어 올리기도 했다. 골프전문 매체 '골프저널'에 따르면 그는 수상소감으로 "찹쌀떡이 붙는 것처럼 아이언샷이 잘 됐고, 퍼터감이 좋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로 다음 달에는 대장동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부터 계속 수사를 받았고 여러번 압수수색도 당하는 등 이제는 수면제 없이 잠도 못 자는 상황"이라며 "하나하나 답변하는 자체가 고통"이라는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
하지만 정씨도 검찰이 최근 호반건설과 위례자산관리 압수수색 등 수사의 고삐를 죄면서 더는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일각에선 그가 대표이사를 역임한 '에이치위례피엠'이란 회사를 눈여겨본다. 위례신도시 개발을 목적으로 자본금 1000만 원에 설립된 곳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베일에 감춰진 곳이다.
정 씨의 한 지인은 "대장동에 위례신도시까지 집요하게 수사한 게 검찰 입장에선 신의 한 수"라며 "두 곳은 사업 참여자가 상당수 겹치는 등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치위례피엠은 훨씬 큰 규모의 호반건설과 위례자산관리를 제치고 신도시 개발의 프로젝트관리(PM)를 맡아 용역비를 받았는데 해당 자금 용처가 미궁"이라고 말했다.
에이치위례피엠에는 정 씨 외에도 대장동 투자금을 조달한 법인 엠에스비티 대표 이모 씨, 정 회계사의 아내 김모 씨 등도 임원으로 참여했다. 이중 엠에스비티 대표 이 씨의 경우 아내가 일명 '호호아줌마'로 불린 김모 씨다. 부동산 전문가로서 방송에도 다수 출연하며 김 전 기자와 천화동인7호 실소유주 배성준 전 기자와 친분을 맺었다고 알려졌다.
◆ 野, '부산저축 부실수사' 의혹 다시 본다
대장동 수사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는 상황에 야당은 역습 채비에 나섰다. 지난 21일 '윤석열정권부정특권비리조사위원회TF'를 구성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 씨를 둘러싼 의혹들을 다시 살필 계획이지만, 대장동 대출브로커 조우형 씨(천화동인6호)와 김 전 기자 누나가 윤 대통령 부친 집을 매입한 경위도 원점에서 들여다볼 방침이다.
조 씨는 박연호 전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매제다.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09년 부산저축은행에서 1155억 불법대출을 알선해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조사를 받았으나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다 2015년 수원지검 재수사 때 구속기소돼 징역 2년6개월을 복역했다. 두 사건 모두 변호인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였고 중수부 주임검사는 윤 대통령이었다.
조 씨 관련 의혹들이 최근 재점화한 만큼 논란은 커질 수 있다. 남 변호사는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 "조씨가 부산저축은행 관련 대검 중수부 수사를 받을 당시 김 전 기자가 수사팀에 조씨 선처를 직접 부탁했다는 얘기를 김 전 기자한테 들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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