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남욱보다 주목되는 김만배·정재창의 입


김만배 폭로전 가세 여부 관심…'위례몸통' 정재창도 재조명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2022년 11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중심인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가 연일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와 위례신도시 사업의 핵심 정재창 씨의 입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폭로를 계속하고 있지만 대부분 '전언'이라는 한계가 있다. 특히 사업을 주도한 김만배 전 기자가 출처인 증언이 많다. 김 전 기자가 부인하면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갖지 못한다.

김 전 기자가 말문을 열지를 놓고는 회의적인 분석이 나온다. 폭로전에 가세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아 보인다는 이유다.

오히려 침묵을 지킬 수록 얻을 게 더 많다는 시각도 있다. 그의 혐의인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은 뇌물죄보다 부패재산의 몰수나 추징이 까다롭다. 지은 죄만큼 벌 받고 돈은 지키는 선택이 가능하다.

만약 남욱 변호사의 주장대로 김 전 기자가 이재명 대표 측에 로비해 사업 편의를 받았다고 시인하거나 밝혀지면 김 전 기자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혐의가 추가 적용돼 재산의 국고 몰수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전 대통령 후보의 최대 의혹의 공범이 돼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김 전 기자는 구속기간 만료 석방 전부터 언론 인터뷰는 하지않겠다며 법정에서만 말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 아프다며 증언 거부한 '위례몸통'…골프 챔피언 돼 "찹쌀떡 붙듯 잘 됐다"

대장동 사업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오히려 위례신도시 개발특혜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부동산업자 정재창 씨를 주목한다. 그는 위례에서 성남도개공 관계자들과 내부 정보를 공유하고 특정 시공사가 선정되도록 하는 등 부패방지법 등 위반 혐의로 지난 9월 기소됐다. 이밖에 위례신도시 관련 수사가 탄력이 붙은 만큼 각종 증언이나 진술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위례신도시는 대장동의 모의고사로 불릴 만큼 개발 방식이 유사하다. 정 씨는 시행사인 위례자산관리 최대주주로서 사업 참여자 중 가장 큰 이익을 본 인물로 알려졌다. 위례신도시 개발 후 대장동 사업 초반까지 남 변호사 및 정 회계사와 한 팀으로 움직였으나 구속은 면했다. 대장동 안팎에선 정 씨가 일종의 '딜'을 통해 검찰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 정 씨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 6월에는 수원CC 골프클럽 선수권대회에 참여해 수원CC 최초로 챔피언 8승을 달성해 트로피와 꽃다발을 들어 올리기도 했다. 골프전문 매체 '골프저널'에 따르면 그는 수상소감으로 "찹쌀떡이 붙는 것처럼 아이언샷이 잘 됐고, 퍼터감이 좋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로 다음 달에는 대장동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부터 계속 수사를 받았고 여러번 압수수색도 당하는 등 이제는 수면제 없이 잠도 못 자는 상황"이라며 "하나하나 답변하는 자체가 고통"이라는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

하지만 정씨도 검찰이 최근 호반건설과 위례자산관리 압수수색 등 수사의 고삐를 죄면서 더는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일각에선 그가 대표이사를 역임한 '에이치위례피엠'이란 회사를 눈여겨본다. 위례신도시 개발을 목적으로 자본금 1000만 원에 설립된 곳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베일에 감춰진 곳이다.

정 씨의 한 지인은 "대장동에 위례신도시까지 집요하게 수사한 게 검찰 입장에선 신의 한 수"라며 "두 곳은 사업 참여자가 상당수 겹치는 등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치위례피엠은 훨씬 큰 규모의 호반건설과 위례자산관리를 제치고 신도시 개발의 프로젝트관리(PM)를 맡아 용역비를 받았는데 해당 자금 용처가 미궁"이라고 말했다.

에이치위례피엠에는 정 씨 외에도 대장동 투자금을 조달한 법인 엠에스비티 대표 이모 씨, 정 회계사의 아내 김모 씨 등도 임원으로 참여했다. 이중 엠에스비티 대표 이 씨의 경우 아내가 일명 '호호아줌마'로 불린 김모 씨다. 부동산 전문가로서 방송에도 다수 출연하며 김 전 기자와 천화동인7호 실소유주 배성준 전 기자와 친분을 맺었다고 알려졌다.

민주당은 역습 채비에 나섰다. 지난 21일 ‘윤석열정권부정특권비리조사위원회TF’를 구성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 씨를 둘러싼 의혹들을 다시 살필 계획이지만, 대장동 대출브로커 조우형 씨(천화동인6호)와 김 전 기자 누나가 윤 대통령 부친 집을 매입한 경위도 원점에서 들여다볼 방침이다./윤석열 대선캠프 제공

◆ 野, '부산저축 부실수사' 의혹 다시 본다

대장동 수사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는 상황에 야당은 역습 채비에 나섰다. 지난 21일 '윤석열정권부정특권비리조사위원회TF'를 구성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 씨를 둘러싼 의혹들을 다시 살필 계획이지만, 대장동 대출브로커 조우형 씨(천화동인6호)와 김 전 기자 누나가 윤 대통령 부친 집을 매입한 경위도 원점에서 들여다볼 방침이다.

조 씨는 박연호 전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매제다.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09년 부산저축은행에서 1155억 불법대출을 알선해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조사를 받았으나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다 2015년 수원지검 재수사 때 구속기소돼 징역 2년6개월을 복역했다. 두 사건 모두 변호인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였고 중수부 주임검사는 윤 대통령이었다.

조 씨 관련 의혹들이 최근 재점화한 만큼 논란은 커질 수 있다. 남 변호사는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 "조씨가 부산저축은행 관련 대검 중수부 수사를 받을 당시 김 전 기자가 수사팀에 조씨 선처를 직접 부탁했다는 얘기를 김 전 기자한테 들었다"고 주장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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