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김학의 무죄, 이규원 처벌 위기 '역설'…안타깝다"


'출국금지 의혹' 사건 재판 증인석에
"윤대진에게 봉욱이 '출금하시죠' 답했다고 들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월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형사처벌 위기에 놓인 이규원 전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등에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이 전 검사 등이 해외 출국 시도를 저지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절차상 합당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을 고려하면 역설적이라는 이유다.

조 전 장관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검사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본부장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사건 피고인들이 기소돼 처벌받으리라고 상상도 못 했다"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김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시도한 2019년 3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했다.

◆"이규원·이광철·차규근, 피고인 되리라 상상도 못해"

그는 "이 전 비서관은 저와 일했고, 차 전 본부장도 법무부에서 고생 많이 하셨다"라며 "김학의는 절차적으로 합당하게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역설적으로 피고인들이 기소돼 처벌의 위기에 놓인 것이 저로서는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2013~2014년 '별장 성 접대'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19년 재수사로 우여곡절 끝에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에서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검찰이 핵심 증인을 사전에 면담한 사실을 문제 삼아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김 전 차관의 유죄를 입증하는데 결정적 진술을 한 핵심 증인의 신빙성은 반감됐고, 김 전 차관은 무죄를 확정받았다.

김 전 차관은 재수사 무렵인 2019년 3월 23일 오전 12시 20분 인천발 방콕행 저비용 항공사 표를 구매해 출국을 시도했으나 긴급 출금 조처로 발이 묶였다. 이 검사 등은 출금 과정에서 정해진 절차를 지키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출금의 공, 봉욱→윤대진→조국→다시 봉욱

김 전 차관 출금 조처를 놓고 당시 '윗선'들은 법정에서 잇따라 책임의 공을 넘기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봉욱 전 대검 차장은 2019년 3월 22일 오후 11시 35분 문무일 전 검찰총장에게 "윤대진 국장으로부터 '김학의 검사장이 출국수속을 밟는 것을 출입국 직원이 확인해 급히 긴급출국금지 조치했다'고 문자로 보고했다. 봉 전 차장은 법정에서 자신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제시받고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들은 내용을 전달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후 증인으로 나온 윤 전 국장은 조 전 장관에게 들은 상황을 대검에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이날 조 전 장관은 "당시 밤 11시쯤 윤 전 국장이 급하게 전화가 와 법무부 차원에서 출금하기로 했으니 이 전 비서관에게 연락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전 비서관은 대검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하더라"라며 "윤 전 국장은 문 전 총장이 전화가 안 돼 봉 전 차장에게 알렸고, 봉 전 차장이 '그렇게 하시죠'라고 답했다고 들었다"라고 기억했다. 조 전 장관은 다시 이 전 비서관에게 연락해 '봉 전 차장이 윤 전 국장에게 오케이 했다' 정도로 상황을 전했다고 한다.

봉 전 차장에서 윤 전 국장으로, 윤 전 국장에서 조 전 장관에게 간 공이 다시 봉 전 차장에게 넘어간 셈이다.

◆이규원은 검사인가, 수사기관인가

이날 공판에서는 이 검사의 법적 지위도 거론됐다. 이 검사를 직무상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독립 관청'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현행법상 긴급 출금은 수사기관장의 요청으로 이뤄진다. 검사를 하나의 수사기관으로 바라본다면 이 검사는 대검과 법무부 등의 승인 없이도 단독으로 출금 조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피고인 측 논리다.

실제로 법정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과거 수사기관장의 서명 날인 없이 검사의 도장만으로 긴급 출금이 이뤄진 사례가 있었다. 법무연수원 검찰 실무 교재 등에도 개개의 검사는 단독관청으로 상급자 지휘 없이 처분하더라도 유효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조 전 장관은 대검에서 독립해 조사를 진행하는 진조단이 대검 간부의 승인을 받은 건 이상하지 않냐는 검사의 물음에 "이 검사가 진조단에 파견되기는 했지만 검사 개인은 독립 관청이라 (출금을) 신청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재판부 역시 공판 말미 "이 검사는 수사기관이 아니라는 게 검찰 측 논리인데, (이 검사에게 적용된) 직권남용죄에서 직권은 검사로서의 직권이라고 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은 아닌데 검사의 직권이 있었다는 건 의문이다. 의견이 있으면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 검사 등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9일 오전 10시 10분에 열린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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