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장병에게 종교행사 참석을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4일 육군훈련소 훈련병 출신의 청구인들이 '육군훈련소 분대장이 종교행사 참석을 강제한 행위'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논산훈련소에 입소해 기초훈련을 받던 중인 A 씨 등은 지난 2019년 6월 2일 일요일 '훈련소 내에서 개최되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종교 행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참석하라"라는 분대장의 강요로 의사와 상관없이 종교 행사에 참석했다.
이에 A 씨 등은 훈련소 내 종교행사 참석을 강요받아 무신론자인 자신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타인에 대한 종교와 신앙의 강제는 결국 종교적 행위와 신앙고백, 기도, 예배 참석 등 외적 행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라며 "이 사건 종교행사 참석 조치는 청구인들은 내심의 신앙에 실제 변화가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이뤄짐으로써 청구인들이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와 종교적 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자유를 제한했다"라고 판단했다.
또 헌재는 "종교 행사 참석 조치는 국가가 종교를 군사력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거나, 반대로 종교 단체가 군대라는 국가 권력에 개입해 선교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제공한다"라며 "국가와 종교의 밀접한 결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정교분리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선애·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이 사건 당시 분대장의 발언 내용과, 훈련받은 다른 기수의 경우 종교행사에 다수 불참하기도 했던 현황을 고려하면 종교행사 참석을 권유한 행위가 청구인들에게 사실상 강제에 이르는 효과를 나타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청구인들이 어떤 종교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분대장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다시 와서 불참 의사를 확정적으로 밝히라"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재판관 등은 심판 이익에 대해서도 "군인에 대한 종교의식 참석 강제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군인복무기본법에 반영돼 있다"라며 "육군훈련소에서 종교행사 참석을 강제하는 행위가 향후 여러 차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거나 이에 관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워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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