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수사 가동되자마자…행안부 '가이드라인' 논란


특수본 행안부 압수수색 등 수사 본격화
경찰국 신설한 행안부 "지휘감독권 없다"
"항변은 법정에서 해야" 지적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압사사고 및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행정안전부·서울시 등 윗선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 지휘권 입장 번복 논란에 입장문을 낸 행안부는 주무부처로서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는 지난 21일 이상민 장관이 참사 전후 경찰 지휘권 유무 입장을 번복한다는 비판을 놓고 "경찰국 신설과 지휘규칙 제정 과정에서 매우 강한 반대의견이 있어 지휘·감독권 행사를 위한 조직·인력은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안부는 지난 6월 정부조직법상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는 조항을 근거로 경찰국을 추진했다. 그러나 21일에는 치안과 전혀 무관한 조직이 돼 장관은 지휘·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경찰국 설치 이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책임론이 불거지자 해명을 내놓은 셈이지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태원 사고 특수본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점을 고려해도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다.

초기부터 행안부 수사를 저울질하던 특수본은 지난 14일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이 이 장관을 고발하자 절차대로 입건해 피의자 신분 전환했다. 소방공무원 노조는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이 장관을 특수본에 고발했다.

우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상 이 장관이 고위공직자에 해당해 통보 절차를 밟았다. 다른 수사 기관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통보하게 돼 있다. 공수처는 통보받은 날에서 60일 이내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특수본은 지난 17일 종로구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 서울상황센터와 세종시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안전관리정책관, 재난대응정책관 등 12곳을 압수수색해 윗선 수사를 본격화한 상황이다. 같은 날 서울시청 8곳과 자치경찰위 2곳도 압수수색했다.

특수본은 행안부 장관이 경찰 상황 조치에 지휘·감독이 있는지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령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국에 대해서도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라 행안부가 지휘·감독권이 없다고 공식 반박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 지난 17일 종로구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 서울상황센터와 세종시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안전관리정책관, 재난대응정책관 등 12곳을 압수수색하며 윗선 수사를 본격화했다. /최의종 기자

특수본이 장관을 입건한 상황에서 행안부가 책임론 진화에 나선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에서 당시 서울메트로 대표가 기소돼 판결이 확정된 전례도 있는데, 중앙부처가 장관 개인을 옹호하는 모양새가 돼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다.

안전 주무부처 행안부가 책임을 회피한 태도라는 지적도 있다. 경찰이라는 연결고리가 없어도 책임져야 하는 기관인데, 경찰국 설치 당시 반대 여론이 많아 권한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책임은 없다는 주장을 한다는 비판이다.

야권에서도 행안부 입장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경찰 출신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112상황실을 직접 관리해야 한다, 인사 외 조직, 감찰·징계권까지 필요로 한다니 경직된 조직으로 만들어 국민 안전을 위험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수사 당시 유가족을 대리한 류하경 변호사는 "수사 중인 상황에서 장관도 대상이 되는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개인(장관)을 변호하는 것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며 "항변은 법정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유족들은 정부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한다. 유족들은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참사 당일 국가는 어디에 있었고, 무엇을 했는지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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