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호명 미사' 사제단…우려 속 강행 분위기도


월례 모임, 미사·희생자 호명 여부 논의
"실명 공개 이정도까지 비판은 부당"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제들과 시민들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미사를 드리고 있다./뉴시스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이태원 참사 추모 미사를 이어갈지 이목이 쏠린다. 최근 거행한 미사에서 희생자 명단을 일일이 호명하며 인권 침해 논란을 부른 만큼 고심이 깊은 모습이다. 월례모임에서 관련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2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사제단은 이날 월례 모임을 열고 앞으로 활동 계획을 모색한다. 이태원 참사 추모 미사를 계속할지와 희생자 호명 여부가 토론 대상으로 알려졌다. 세상을 떠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안식을 탄원하는 '호칭기도'는 천주교 미사의 한 방식이다.

다만 사제단은 신중한 태도다.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연 ‘이태원 참사 추모 미사’에서 희생자 150명의 이름을 호명하자 거센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계속 하가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 있다.

특히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유족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 민들레 등을 대상으로 수사 중이다. 서울서부지검도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 고발에 따라 희생자 명단 유출 경로를 놓고 수사에 착수했다.

성직자로 구성된 사제단 입장에서는 명단 호명이 인권 침해라는 지적을 더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트라우마를 겪는 유가족의 돌이킬 수 없는 권리 침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공간이 마련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에서 시민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이동률 기자

상황이 이러다 보니 추모 미사를 계속 이어가긴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혹은 미사는 거행하되 희생자를 호명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민변의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는 국가인권법도 규정한 인류 보편적 가치"라며 "이를 외면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천주교 안에서도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호명에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한국 최초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후손으로 잘 알려진 김용태 신부(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최근 가톨릭평화방송에서 "명단공개는 유족들과 의논하면서 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사제단이 추모 미사에서 호명을 이어갈 것이란 시각 역시 만만치 않다. 사제단의 각종 활동 및 의사결정은 의결정족수 등 정해진 규정 없이 결정된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희생자 호명을 강하게 주장하는 일부 사제의 개별 행동도 있을 수 있다.

김영식 대표신부도 최근 추모미사 다음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이름을 부르면서 기도하는 것이 패륜이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패륜하는 기도를 하겠다"며 호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제단은 <더팩트>의 관련 질의에도 호명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제단 관계자는 "추모 미사를 계속할지, 희생자 호명을 어떻게 할지 아직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명단공개를 놓고 이렇게까지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유족 동의가 없었다'는 지적에 "진짜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런 지적을 하는 것인지, 정부가 마음대로 (비공개를)정한 것인지 제대로 봐야 한다"며 "세월호 때는 유족들에 물어보고 희생자 실명을 공개했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특히 '시민사회의 인권 침해 지적' 등에 대해서는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사제로서 미사 때는 제사장으로서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을 뿐이다. 이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chesco12@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