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서울시가 심야시간 택시 운행대수를 지금보다 35%나 늘린다는 대책을 추진하면서 정책 실효성에 관심이 쏠린다.
시는 이전 대책들과 달리 할증요금 인상이라는 확실한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에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업계에서도 공급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사들을 독려하며 일부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심야 택시 평균 운행대수를 기존 2만 대에서 2만7000대까지 늘린다는 목표로 각종 대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운행대수보다 35%를 늘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만7000대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이다.
이를 위해 한시적으로 해제했던 개인택시 부제를 45년 만에 전면 해제한다. 올 4월부터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해제하는 조치를 시행 중인데 아예 없애기로 한 것이다.
또 기존 가·나·다(3부제), 9·라(특별부제) 등으로 구분됐던 부제를 폐지하는 대신 순번에 따라 0~9조로 나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야간조에 집중 투입되도록 한다. 이를 통해 5000대 가량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법인택시도 현재 운행 중인 2교대를 야간조 중심으로 편성해 심야 공급을 확대, 2000대를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할증요율 인상, 할증시간 확대 등 요금 조정도 계획대로 12월부터 시행한다. 할증 시작시간을 자정에서 오후 10시로 앞당기고 할증률도 최대 40%까지 상향 조정한다.
다만 이런 조치를 시행해도 현재 운행대수의 1/3 가량을 단기간에 늘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코로나19 일상회복 이후 개인택시 부제 일부 해제 등 공급확대를 위한 조치가 시행됐지만 운행대수는 1만7000대에서 2만 대로 약 3000대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부제 일부 해제로 늘어난 운행대수도 1200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시는 이번에는 요금 인상이라는 확실한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에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조치는 사실상 동기부여가 될 만한 보상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번 할증요율 및 시간대 조정이 시행되면 법인택시 기사 기준으로 야간 운행 시 평균 수입금이 한 달 264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약 40만 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2월 기본요금까지 오르면 344만 원으로 증가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에는 개인택시 업계에서 염원하던 부제 전면해제를 시행했고, 할증시간을 늘리고 요율도 높였다"며 "4월 (부제 해제는)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이 기사들에게 야간만 강요하는 위험도 있어서 공급확대 효과가 약했는데 이번엔 작동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코로나19 시기 기사수 감소, 운송원가 증가, 개인택시 고령화 등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할 기회로 삼기 위해 기사들을 독려하고 있다.
박종갑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조합에서도 밖에서 상상하는 거 이상으로 의지를 갖고 공급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조합이 운영하는 충전소에 현수막을 내걸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한편 기사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동영상·메시지를 보내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법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야간 교대조를 많이 확대하기 위해 소속 회사, 기사들을 독려하고 있다"며 "각 회사가 모여서 결의대회도 하면서 의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아직 시가 마련한 조치가 모두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도 보인다. 부제 해제는 이달 10일부터 바로 시행했고, 요금조정은 12월부터다.
개인택시조합 집계에 따르면 조치 시행 전 목·금요일인 11월 3일과 4일 심야시간 개인택시 운행대수는 각각 1만2002대, 1만4552대였는데 17일과 18일은 1만2679대, 1만5948대로 증가했다. 피크타임인 자정 전후로는 4일은 1만6000대 안팎이었는데 18일엔 1만7000~1만8000대를 나타냈다.
박 전무는 "할증요금이 인상되는 12월 1일부터는 변화가 더 많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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