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예산, 기재부에 달렸다…전장연 시위도 좌우


'출근길 지하철 지연 시위' 유보…예산확보 선전전은 진행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8일 오전 지하철에 탑승해 시민들에게 장애인 권리예산 확보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김이현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지금 이 현장 사람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널리 알려주고, 지켜주십시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난 18일 출근 시간대 지하철에 탑승해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6일부터 돌입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는 곧 1년을 맞이한다. 이들이 매일 마이크를 들고 외쳤던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 여부 역시 다음 달 내 판가름난다.

김필순 전장연 기획실장은 이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국회 예결위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촉구 지하철 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예산이 왜 많이 필요하냐고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겐 삶의 문제인 만큼 제대로 반영해 달라"고 촉구했다.

전장연은 승하차를 반복하는 '출근길 지연 시위'는 하지 않았다. 오전 8시30분쯤 혜화역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탑승한 뒤, 시민들에게 장애인 권리예산 확보의 중요성 등을 알렸다. 안전사고에 대비해 기동대 등 경찰 40여명, 서울교통공사 지하철보안관 20여명이 투입됐다.

배재현 전장연 활동가는 지하철에서 마이크를 들고 "차별과 억압을 받고, 시설에 갇혀 자유를 누리지 못한 게 21년째"라며 "이제는 그러지 않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 함께 지하철, 버스도 타고 공부도 하고 정당한 노동을 같이 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수미 활동가는 "시민들께 불편함을 드리면서도 이렇게 투쟁하는 이유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다 같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기 때문"이라며 "사람다운 삶,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제도가 마련돼야 하는데 기본권과 연결된 게 권리예산"이라고 했다.

이재민 전장연 정책국장은 예결위에서 어떻게 논의되는지가 중요하다.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는 데 기재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이현 기자

국회 예산안은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한다. 관건은 예결위 심사다. 여야 협상을 통해 예산안 최종안을 만들지만, 예산 증액 등은 기획재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회 예결위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은 오는 12월2일까지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지난 8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예산 확보를 촉구했고, 추 장관은 그 자리에서 '예산 요구를 다 들어주다가는 나라 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보건복지위원회는 활동지원 수가 1만7000원 인상, 탈시설 장애인 활동지원 추가 시간 240시간 등을 반영해 정부안보다 총 6358억원의 예산을 증액했다. 국토교통위원회도 장애인 이동권 예산을 정부안 대비 973억원을 증액했다.

당초 전장연은 권리예산 1조3000억원가량 증액을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2500억원 늘려 편성하는데 그쳤다. 이후 국회 상임위에서 추가 증액(6358억)분을 반영하자 전장연은 지난 14~17일 출근길 지연 시위를 유보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겹친 이유도 있다.

이재민 전장연 정책국장은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복지예산 비율이 1%도 안 되지만, 증액 요구안이 일부 수용된 건 유의미하다"며 "예결위에서 어떻게 논의되는지가 중요하다.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는 데 기재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장연은 오는 21일부터 내년도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삼각지역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간다. 일시 중단한 삭발식과 선전전도 21일부터 재개한다. 매일 오전 8시와 오후 2시에는 지하철에 탑승해 시민들에게 권리예산 필요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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