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효균 기자] "학폭 논란의 무게를 견뎌온 시간 만큼 제 입장을 밝히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저도 이제는 사안의 진실에 대해 조심스레 입장을 밝히고 싶습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에이스이자 2022시즌 KBO 2관왕(평균자책점 탈삼진) 투수 안우진(23)이 프로야구 선수 활동을 하는 동안 늘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닌 2017년 '휘문고 학교폭력'에 대한 입장을 솔직하게 밝혔다.
'염산 테러 위협'까지 받은 안우진이 대외적으로 '학폭 논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우진은 18일 오전 변호인 백성문 변호사를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저는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학폭에 있어서는 늘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제게 불거졌던 학폭 논란과 관련해 제가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침묵밖에 없었습니다"면서 "학폭 논란의 무게를 견뎌온 시간 만큼 제 입장을 밝히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저도 이제는 사안의 진실에 대해 조심스레 입장을 밝히고 싶습니다"고 입을 열게 된 심정을 털어놓았다.
안우진은 "선배로서 훈계 차원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 끊임없이 반성하고 속죄했다"면서 "언론 보도 이후 저는 가혹한 학교 폭력을 행한 악마가 되어 있었다. 여론의 질타 속에 구체적인 진실은 묻혀버렸다"고 사안과 다르게 과장된 사실을 안타까워하며 바로 잡아줄 것을 호소했다.
안우진의 이번 입장문 발표는 '폭력 사건 피해자'로 지목됐던 전 휘문고 선수들이 지난 15일 '안우진 사건 관련자 공동 입장문'을 발표한 지 사흘 만으로 비난을 무릅쓴 후배들의 입장 발표는 침묵으로 일관하던 안우진이 용기를 내 심정을 밝히는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넥센 히어로즈의 1차지명 선수로 프로에 입단한 우완 정통파 안우진은 구속 156km를 뿌리는 강속구 투수로 국내 프로야구의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으나 '학폭 논란'이 재차 부각되면서 '염산 테러 위협'까지 받는 처지에 놓여 있다.
202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지난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우진 XX에 염산을 뿌리기 위해서 2년을 기다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경찰이 안우진의 신변 보호에 나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염산테러'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당시 '폭력 사건 피해자'로 지목됐던 전 휘문고 선수들은 지난 15일 "저희를 학교폭력의 피해자라고 하지만 아무도 당시 상황을 폭행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우진이 왜 손가락질 받아야 하고 '최동원상 수상 대상자'도 될 수 없는지 저희는 이해할 수 없다"며 안우진에게 씌워진 '학폭 가해자'의 족쇄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우진은 1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시즌의 KBO 시상식에서 평균자책점 최저 1위(2.11), 최다 탈삼진 1위(224K)로 투수 2관왕을 차지하면서 조만간 '학폭 논란'에 관한 입장 발표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더팩트>는 안우진 '학폭'과 관련해 'KBO 에이스 안우진의 '눈물', 국가대표 자격 박탈 '부적절'' '안우진 3년 중징계, '죄의 무게'가 잘못됐다' 의 기사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휘문고의 '잘못된 징계 과정'과 다른 선수들의 사례보다 징계가 '과중'하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키움 안우진 투수 입장문
안녕하세요 키움히어로즈 선수 안우진입니다.
저는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학폭에 있어서는 늘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제게 불거졌던 학폭 논란과 관련해 제가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침묵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고맙게도 학폭 논란과 관련된 제 후배들이 용기를 내주었습니다. "학교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우진이 형을 지켜주고 싶다"는 후배들의 목소리에 혹여나 후배들이 비난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도 컸습니다.
학폭 논란의 무게를 견뎌온 시간만큼, 제 입장을 밝히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저도 이제는 사안의 진실에 대해 조심스레 입장을 밝히고 싶습니다.
시점을 5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학폭 논란이 불거졌던 2017년 당시 후배들이 학교폭력대책위원회와 경찰 조사에서 저를 용서해 주었고 더 나아가 지금은 저를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학폭 기사가 저희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갈라 놓았지만 저희는 늘 서로를 응원하는 선후배 사이였습니다.
후배들에게 더 좋은 선배이지 못했다는 점, 선배로서의 훈계 차원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도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점, 이번 논란으로 긴 터널을 지나며 끊임없이 반성하고 속죄했습니다.
언론 보도 이후 저는 가혹한 학교 폭력을 행한 악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여론의 질타 속에 사안의 구체적인 진실은 묻혀버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해도 학교 폭력이라는 네 글자의 주홍글씨로 모든 진실을 덮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끝으로 저를 응원해주시는 야구팬들, 선후배 동료에게 이런 논란 속에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더 발전하고 성숙한 안우진의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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