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선배들의 조언…"대학 간판보다 전문성이 중요"


취업 시장에선 학벌 중요도 낮아지는 추세
'자기 전문성' 중요…학교보단 학과 선택 조언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부모님의 응원을 받으며 고사장에 들어서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조소현 인턴기자] "기대보다 낮은 결과라도 괜찮아요.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비행기도 멈춰 세울 만큼 중요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지만 <더팩트>가 만난 시민들의 말은 일관됐다. 2023년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에게 "노력한 만큼의 성적이 안 나왔더라도, 결과 자체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건넸다.

이른바 '인서울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도 사회 저마다의 자리에서 전문성과 자부심을 갖춘 사회 선배들의 당부는 "이제 시작일 뿐, 많이 놀고, 다양하게 경험하라"는 말이었다. 주변 시선에 개의치 말고 학벌보단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지난해 경기도 모 대학을 졸업한 노무사 김모(25) 씨는 소위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서 오히려 약이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학 졸업과 동시에 노무사 시험에 합격한 그는 "서울 주요 대학에 가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해 더욱 독하게 공부했다"며 "막상 실무 경험을 하고 보니 학벌과 무관하게 실력을 갖춘 선배들이 워낙 많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특히 "돌아보면 대학은 무엇을 선택하든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었다"며 "올해 수능을 치른 후배들은 학교를 떠나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꿈을 찾아 끈기 있게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만 "1학년 때는 놀아도 된다는 말이 많지만, 너무 놀기만 해도 곤란한다"며 "필요할 땐 책상에 부담 없이 앉아 책을 펼 수 있을 정도의 감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모 지자체의 사회복지직 공무원 이모 씨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대학을 나왔지만 행복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10여 년 공부에 몰입했는데 그 자체로 대단한 성과"라며 "수험생인 지금이야 대학이 세상의 전부 같겠지만,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학벌은 결코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저는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중이고 다행히 만족하며 행복하다"며 "오히려 올해 수능을 치른 후배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책임이 주어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 "술은 적당히 마셨으면 좋겠다"면서 "술 먹고 사고치는 사람을 많이 봤다"고 걱정했다.

올해 경찰 시험에 합격한 지방대 출신 최모 씨는 "축하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러면서 "점수야 잘 나오는 게 좋지만 그렇지 못해도 아무런 문제 없다"며 "이제는 시험 문제의 답을 구하기 위한 고민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달려가는 게 중요하다"고 응원했다.

수년째 입사 선호도 '톱5' 안에 드는 모 공기업 소속 최모(31) 씨 역시 확신에 차 말했다.

지방 사립대 출신인 최 씨는 "재수를 고민했던 과거가 떠오른다"며 "결국 저는 재수 대신 진로에 대한 뚜렷한 방향을 잡고 도전했는데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고 자부했다.

또 "대학 간판보다는 자신만의 특기와 전문성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저마다의 흥미와 마음이 이끄는 대로 뚝심 있게 걷다 보면 더 나은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적어도 취업 시장에선 학벌의 문턱이 실제 낮아졌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제는 소위 '덕후 기질' 등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수능 결과에는 낙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윤호상 인사PR연구소 소장은 "공기업은 블라인드 채용이 자리 잡아 학벌은 의미가 없다"며 "민간기업도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을 불문하고 학벌의 비중을 낮추는 게 대세"라고 강조했다.

윤 소장은 "입시 전형이 워낙 다양해 실제 학습 역량과 결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업들도 모르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성세대는 학과보단 학교의 명성을 보고 선택하길 권하겠으나, 현실 세계는 다르므로 젊은 청년들이 본인의 진짜 뜻을 찾고 다양한 경험을 쌓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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