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7일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는 자녀들을 시험장에 보낸 학부모들의 기도소리가 울렸다. 대웅전은 자녀 사진을 올려놓고 기도하는 학부모 400여명으로 가득 찼다.
대웅전 앞은 긴장하지 않고,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를 기원하며 올린 '수능수험생 행복기원 희망 촛불공양' 수백개가 잔잔히 빛을 냈다. 일부 학부모는 마음을 조아리며 간절한 마음으로 내부에 있는 석탑을 돌며 합장하기도 했다.
다른 쪽에는 향초를 불을 붙이고 향로에 꽂으며 기도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은은한 향이 풍긴 조계사 내부에는 자신도 수험생과 같다며 마음을 졸인다는 학부모도 있었다. 조계사는 학부모에게 차를 대접하기도 했다.
두 아들 모두 시험을 보고 있다는 정현묵(55) 씨는 "큰아들이 재수라 두 아들이 같이 시험을 보고 있는데, 편안하게 보라고 말했다"며 "착하고 착실한 아이들인데 좋은 결과를 받아 원하는 것을 이뤘으면 좋겠다. 저도 수험생처럼 긴장된다"고 말했다.
직접 키운 손자가 시험을 본다는 서모(80) 씨는 "참 성실하고 착하고 예의 바른 아이인데 작년에 시험 봤는데 만족하지 못한다며 올해 다시 본다. 1~2년 늦는 것이 큰일은 아니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도드리러 왔다"고 설명했다.
충남 서산에서 왔다는 김모(59) 씨는 '조카가 평소 해온 실력대로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적은 종이를 게시판에 걸어놓았다. 김 씨는 "일이 있어 서울에 왔는데 온 김에 방문했다. 조카가 있는 실력 마음껏 편안하게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부 학부모들은 성당을 찾았다. 성북구 성북동에서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찾은 송모(75) 씨는 "우리 아들 때도 그랬는데, 각 과목 시험 시간 때마다 기도를 올리고 있다. 도시락도 똑같이 싸서 같은 시간에 먹는다"고 말했다.
천주교는 지역 성당마다 전 수험생을 위한 안수 미사와 수능 시험 당일 수험생 학부모를 위한 기도회인 피정을 마련했다. 서초동·목동·대치동·중계동 성당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학부모 피정을 시험이 끝날 때까지 진행하고 있다.
평소 신앙이 있지 않지만 시험을 보는 자녀를 생각하며 명동성당을 찾은 학부모도 있었다. 백모(48) 씨는 "종교는 없는데 집에 앉아 있을 수 없어서 노원구에서 왔다"며 "실수하지 않고 모르는 것도 찍어서 맞추게 해달라고 신에게 빌었다"고 전했다.
개신교 교회는 학부모들과 함께 수험생을 위해 기도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수능 시험 시간표에 따라 기도회를 진행한다. 사랑의교회는 기도회와 함께 수험생을 위하고 격려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2023학년도 수능은 17일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수능 응시생은 50만8030명으로 지난해보다 1791명 줄었다. 재학생 35만239명, 졸업생 등 15만7791명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세 번째로 치러지는 이번 수능에서 격리 대상 수험생은 2400명이다. 박윤봉 수능 출제위원장은 "학교에서 얼마나 충실히 학습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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