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행정안전부 관계자들을 조사하면서 '윗선' 수사 본격화를 저울질하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시행)으로 대형참사를 단독 수사하게된 경찰은 역량을 입증해야 할 부담도 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태원 사고 특수본은 16일 용산경찰서 112상황실과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직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보고서 삭제 의혹을 받는 김모 전 용산서 정보과장을 조사해 첫 피의자 조사를 벌였다.
같은 날 박모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과 이모 서울시 안전총괄과장도 참고인 조사했다.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은 재난 사고 발생 시 경찰·소방에서 접수받은 내용을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 안전총괄과는 재난상황관리를 총괄 대응하고 발생 시 초기 대응한다.
특수본 관계자는 "법령과 판례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단순히 법령 해석으로만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행안부와 서울시 공무원들을 조사하고 있고, 구체적·직접적 주의의무가 어떤 것인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이상민 장관을 놓고 △정부조직법상 장관의 소속청장의 지휘에 관한 규칙 등 법령상에 경찰 상황조치 지휘·감독 권한 여부△재난안전법 등 관련 법상 추상적 의무를 넘어 구체적·직접적 주의 의무와 책임 여부를 중점으로 법리검토를 벌이고 있다.
행안부와 서울시 관계자들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윗선' 수사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산경찰서·서울경찰청·용산구청 직원 등 실무진급 조사에서 상위 기관인 행안부·서울시로 범위를 넓힌 모양새다.
특수본은 행안부·서울시 등의 책임 소재를 따지면서 대형참사 첫 단독 수사라는 무게까지 짊어지고 있다.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서 빠진 대형참사 범죄를 경찰이 홀로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1993년 서해 훼리오 침몰 사고와 이듬해 성수대교 붕괴 사고, 이듬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을 직접 수사한 검찰의 노하우가 활용될 수 없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검경 합동부사본부가 꾸려졌으나, 이번에는 온전한 경찰 몫이다.
다만 용산서장 이임재 총경과 서울청 상황관리관 류미진 총경, 용산서 정보과장·계장 등 현재까지 입건된 피의자 7명 중 4명이 경찰공무원인 만큼, 대형참사가 검찰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경찰의 직무유기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셀프 수사' 비판도 나오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특별검사 도입 의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여당은 이상민 장관 거취를 놓고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에 판단하겠다 입장이다. 특수본은 수사권 조정 이후 '역량'을 입증해야 할 상황이다.
특수본 수사를 놓고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특수본이 윗선 수사와 셀프 수사, 대형참사 첫 단독 수사라는 시험을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반면 수사에 나선만큼 위기를 기회로 이용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행안부나 서울시에 형사책임을 입증하기 까다롭고, 무엇보다 특수본이 경찰 수뇌부 압력 등 외압을 견디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대로 수사를 하기 위해 특별검사를 도입하거나, 실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일차적인 경찰의 책임을 분명히 따지면서 행안부와 서울시의 책임 소재를 제대로 가려야 할 '위기'이자 '기회'"라며 "대형참사에 대한 첫 단독 수사인만큼 향후 신뢰도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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