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수사 중인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학생운동 이력까지 기재해 의문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범죄 혐의 소명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적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과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을 받는 정진상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은 정 실장이 2013~2020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으로부터 총 1억4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의심 중이다.

검찰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와 민주당사에 위치한 정 실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서 검찰은 정 실장을 이재명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로 묶고, 정 실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기재했다. 혐의와 관련 없는 정 실장의 대학 시절 학생운동 이력까지 상세히 담겨 법조계 안팎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정 실장이 1990~1991년 경성대 재학 중 전국대학생협의회(전대협)이 주최하는 폭력시위에 참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는 내용을 기재했다. 1992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유예·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며 1995년 전대협 출신 운동권 인사들이 다수 있는 성남지역에서 '성남시민모임' 활동을 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알게됐다고 기술했다. 이후 이 대표의 업무를 사전 검토하는 등 '정치적 공동체'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영장을 보면 배경 사실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전대협 활동을 한 것이 혐의 사실에 어떠한 배경이 되는지 설명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필요해서 기재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사건관계인의 지위 및 역할, 배경 사실에 대해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적시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전대협 활동 등의 이력을) 적시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엉터리라는 민주당의 지적에 이 관계자는 "여러 증거를 확인한 것"이라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검찰은 정 실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요구했고,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의 아파트에 설치된 CCTV에 찍히지 않기 위해 계단을 이용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이날 민주당은 정 실장이 2019년 거주하던 아파트 사진을 공개하면서 "계단 바로 앞에서부터 CCTV가 설치됐다. 검찰 주장에 정확히 배치되는 내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필요한 현장 조사를 했고, 제반 증거도 충분히 확인했다. 확인한 내용을 영장 범죄사실에 기재했다고 보면 된다"며 "진술만을 가지고 사실관계를 예단하거나 단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민주당이 수사팀 관계자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한 것에는 유감을 표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 중립성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저희는 법과 절차에 따라 다른 고려 없이 수사하고 있다"며 "거대 정당이 구체적 근거 없이 수사팀을 흔드는 부분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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