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도주 우려에도 영장 기각…"법원 판단 아쉬워"


치밀하게 밀항 준비한 정황…신병확보 기회 3차례 놓쳐

전자장치를 끊고 잠적한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행방이 나흘째 묘연하다./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전자장치를 끊고 잠적한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행방이 나흘째 묘연하다. 검찰은 지명수배령을 내리는 등 추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미 해외로 도피했을 것이란 추측까지 나온다.

이에 밀항 우려가 제기됐는데도 구속영장을 수차례 기각한 법원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밀항에 대비해 전국 항만과 포구를 중심으로 해상 경계와 순찰이 대폭 강화됐다. 검찰은 지난 11일 오후 1시30분께 김 전 회장이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한 직후 전국에 공개수배령을 내리고 해경청과 군에 긴급 협조를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김 전 회장 조카 A씨의 서울 자택에서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를 압수해 도주 경위와 경로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A씨가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왔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다만 친족은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어 A씨를 체포하진 않았다.

김 전 회장은 A씨와 휴대전화 유심을 바꿔 끼우고, 블랙박스 영상을 기록하는 SD카드를 빼내는 등 추적을 피하려고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임이 투자한 스타모빌리티 회삿돈 등 1000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는 김 전 회장은 2020년 5월 구속됐다가 지난해 7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당시 법원은 석방 조건으로 보증금 3억원, 주거 제한, 전자장치 부착 등을 명했다.

김 전 회장은 앞서 도피전력이 있다. 2019년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5개월간 도피 행각을 벌이다 이듬해 서울 성북구 한 주택가에서 체포됐다. 당시 그는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택시를 7차례 갈아타고, 수사관에게 위조 신분증을 보여주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9월 별건 혐의(비상장주식 사기)로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이덕인 기자

검찰은 선고기일이 다가올수록 도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9월 별건 혐의(비상장주식 사기)로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보석조건 위반행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 인멸 우려도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7일 김 전 회장의 도주 준비 정황을 확인하는 등 구속사유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하지만 두 번째 구속영장 역시 기각됐다. 보석 결정의 취지가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김 전 회장에 대한 보석취소 의견서를 냈다. 앞서 21일엔 김 전 회장이 밀항 준비에 사용한 의혹이 있는 '대포폰'에 대한 통신영장도 청구했다. 2건의 구속영장, 1건의 통신영장은 기각됐고 보석취소는 김 전 회장이 도주한 뒤에야 인용됐다.

검찰의 세 차례 신병확보 시도가 무산되자 법원 판단에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임 사태 피해자를 대리한 김정철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은 과거 도주하다 잡힌 사람이고, 피해 규모도 크다"며 "피해 금액이 크다는 건 합의가능성이 낮다는 걸 의미한다. 도주 우려가 상당히 있다고 봐야하고 검찰도 충분히 얘기했는데 법원이 안이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인광 에스모 회장,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 등 라임 사태에 큰 피해를 입힌 사람도 해외도피 중인데 김봉현까지 도주했다"며 "라임 사건의 실체와 본질을 수사하고 다가가는 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앞서 구속기간 만료에 따른 보석은 탁월한 선택이었지만, 밀항 정황에도 3번의 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은 아쉽다"며 "불구속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 중형이 예상되면 판결 선고일 즈음 피고인의 신변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가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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