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희생자 공개 파문…보도해놓고 "유족께 양해"


민들레·더탐사 14일 보도
이종배 시의원 '고발' 예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를 기리는 추모 현장을 찾은 외국인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쪽지를 읽고 있다. /박헌우 인턴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유족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언론 '민들레'와 유튜브 매체 '더탐사'는 14일 각각의 사이트를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날 기준 사망자는 158명이지만 두 매체는 그 전에 명단 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민들레는 "서울 이태원에서 단지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를 걷다가 느닷없이 참혹한 죽음을 맞은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며 "사고 직후부터 끊임없이 책임을 회피하며 책임을 논하는 자체를 금기시했던 정부 및 집권여당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고 보도 배경을 설명했다.

함께 명단을 공개한 더탐사는 "저희가 수집한 총 155분의 희생자 명단을 시민언론 민들레에서 공개했다"며 "한 분 한 분 조용히 불러드리면서 참된 추모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보도했다.

두 매체는 친야 성향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민들레는 강기석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고광헌 전 서울신문 사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이 준비위원을 맡고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공식 창간일은 오는 15일이라고 알렸다. 더탐사는 열린공감TV의 변경된 이름으로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매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꾸준히 요구해 왔으나 유족 동의를 전제로 했다. 민주당 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진보 정당인 정의당 역시 유족협의체도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먼저 명단공개를 거론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민들레는 "얼굴 사진은 물론 나이를 비롯한 다른 인적 사항에 관한 정보 없이 이름만 기재해 희생자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는 않는다"며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고 했다.

논란은 거세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회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유족에 대한 끔찍한 테러"라며 "내일 오전 9시 서울경찰청에 명단 공개한 매체를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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