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우측으로 이동해주세요." "안쪽으로 이동해주세요."
지난 10일 오전 8시쯤 출근길에 많은 시민이 몰린 서울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형광 조끼를 입고 경광봉을 든 안전요원이 큰 소리로 외쳤다. 1,2호선이 만나는 신도림역은 지하철역 중 환승객이 많은 역이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서울교통공사는 3일부터 출퇴근 시간대 19개 역사에 인력을 투입해 혼잡 해소에 나섰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3일부터 주요 환승역을 중심으로 혼잡한 19개 역사에 안전요원을 투입했다. 공사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각 5명씩 투입했고, 우선 다음 달 31일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주로 신도림역과 사당역, 종로3가 등에 투입했다. 역장 등이 하던 업무 부담이 줄었다.
오전 7시30분쯤 신도림역 환승 구간에 투입된 안전요원은 "이태원 참사 이후 질서 유지를 위해 투입됐는데, 시민들도 요청을 잘 따라주시기도 하고 무엇보다 알아서 질서 정연하게 이동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전요원은 오전 7시30분부터 9시까지 출근길 질서 관리에 나선다. 퇴근 시간대는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투입된다. 안전요원 투입으로 '지옥철'의 숨통이 다소 트였다는 반응도 나온다. 등굣길이라는 유모(16) 양은 "아침마다 정신없었는데 그래도 한결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2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중앙선이 만나는 홍대입구역도 안전요원이 분주했다. 환승 구간이 길어 출근길 지하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뛰거나 빠른 속도로 걷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태원 참사 탓인지 무리하게 탑승하는 승객은 전보다는 줄어든 듯했만 여전히 남아있었다.
지하철에 올라타기 위해 몸을 끼우거나 밀치는 모습도 보였다. 김모(77) 씨는 "아침에 이동하는데 이렇게 밀치면 나 같은 노인들은 걱정이 많다"며 "최근에 큰 사고도 있었는데 걱정이 안 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시민들은 안전요원을 촘촘히 배치해달라고 당부했다. 박모(30) 씨는 "환승이 많은 곳이라 중간 중간에 촘촘히 자리잡고 안내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다"며 "그동안 지하철 타면서 문제는 없었기에 사고 걱정은 크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혼잡 노선 중 하나인 지하철 9호선 증차에 나선다고 밝혔다. 오는 2024년 초까지 862억원을 투입해 새로 제작한 전동차 8편성(48칸)을 추가 운행한다는 입장이다. 혼잡도가 높은 주요 역사 출근 시간대 역무원과 안전요원 등도 집중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인력 투입의 효과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요원 배치만으로 시민들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공공기관이 막기는 어려워 근본적 대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지만, 관계 기관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인력 투입을 해서 혼잡을 방지하려는 노력은 효과와는 큰 상관이 없지만, 분명히 필요하다고 본다"며 "관리한다는 측면도 있고 요원 배치만으로도 혼잡을 인지하고 경각심을 갖게 해 예방이나 인지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 국가에서 출퇴근을 통제하거나 장소를 통제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많아진 점을 고려해 관련 기관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조정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경찰청이 '경찰 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인파관리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는 매뉴얼보다는 지휘·판단 능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교수는 "매뉴얼을 만들더라도 판단은 사람이 하기에 근본적으로 역량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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