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에 집중됐던 책임소재 논란이 지자체장에게도 본격적으로 옮겨붙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입건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특수본은 7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입건한 데 이어 전날 용산구청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2일 구청장실과 안전재난과 등 관련부서에서 자료를 확보한 데 이어 다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는 구청장·부구청장실과 함께 행정지원국, 문화환경국, CCTV통합관제센터 등에서 자료를 확보했다. 사고 예방과 함께 참사 이후 대처가 적절했는지 살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이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으로서 유관기관 협조 요청 등 사고 예방과, 인파 밀집 예견 가능성 등을 파악했는지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참사 발생 직후에는 주로 경찰의 미흡한 대처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이후 사고 원인과 배경이 점차 밝혀지면서 지자체장의 책임으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박 구청장은 사태 발생 초기부터 책임회피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당일 행적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녹사평역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MBC와 인터뷰에서 "이건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현상이라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안전대책을 세워야 하는 지역축제가 아니기에 안전관리 의무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해석이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박 구청장의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한 설명이 거짓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박 구청장이) 당일 지역축제 초청을 공문을 받고 출장을 다녀왔다는 해명은 사실이 아니다"며 "집안일 때문에 의령에 가서 군수에게 티타임하자고 한거 아닌가. 이게 어떻게 지방출장인가"라고 비판했다. 의령군 축제 개막일은 28일인데 박 구청장은 영상축사로 대신했고 29일 방문했으니 공적 업무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박 구청장은 "거짓말이 아니다. 자매도시 초청 방문으로 공문을 받고 (의령에) 갔다"며 "행사 참석이 아니라 면담 일정으로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재난관리책임기관장으로서 역할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축제를 개최하려면 해당 지역축제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역축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그 밖에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규정한다. 또 같은 법 시행령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축제에 축제 기간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축제가 포함된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핼러윈데이는 지역축제다. 법에 순간 관람객 1천명 이상이면 지역축제로 돼 있다. 사고 발생 당시 그 골목 인근에 5만 명이 있었는데 이걸 지역축제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건 너무 놀라운 직무유기고, 책임이 서울시장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치경찰사무 총 책임자는 서울시장"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주민 치안활동과 여성·청소년 보호·범죄 예방 등을 담당하는 자치경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지역축제 관련해서는) 법령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다만 결과적으로 사고가 벌어진 데는 서울시가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사무에 대해서는 "자치경찰위원회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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