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서울 용산경찰서가 '이태원 참사' 당일 소속 정보경찰 전원을 대통령실 인근 집회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인파 밀집으로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 보고서가 작성됐지만, 이태원역 인근엔 정보경찰이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8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용산서는 소속 정보경찰 23명 전원을 빠짐없이 '관내 집회관리'에 투입했다.
참사 당일 저녁에는 대통령실 인근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특히 촛불승리전환행동 주관으로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을 위한 촛불대행진'이 열렸고, 경찰은 촛불대행진 참가 인원을 1만3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촛불대행진은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시작됐는데, 도심 행진을 거쳐 용산서 관내인 삼각지역 근처에서 당일 밤 9시쯤 마무리됐다. 용산서 과장 등 정보과 인력이 대거 투입된 곳은 해당 집회였고,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정보라인이 생산한 당일 보고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경찰이 수시로 작성하는 정보보고는 112 신고와 더불어 경찰이 사고 위험 등을 감지하는 주요 근거가 된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보면 경찰관은 범죄·재난·공공갈등 등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보의 수집·작성 배포와 이에 수반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당초 용산서 직원이 이태원역 인근에 정보경찰관 배치를 요청했지만, 묵살된 정황도 드러났다.
SBS 보도에 따르면 사고를 사흘 앞둔 지난달 26일 용산서 정보과 소속 경찰관 A씨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에는 방역 수칙 해제 후 첫 핼러윈이라 많은 인파가 운집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A씨는 상급자인 정보과장에게 "인파 상황을 살피고 경찰서에 보고할 정보 경찰관을 현장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보과장은 "대통령실 인근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집회 상황에 집중하라"며 보고를 묵살했다.
A씨는 자신이라도 직접 이태원 현장에 나가보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직속 상관인 정보계장에게 다시 의견을 전달했으나 역시 조치는 없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이태원 참사 직후 해당 보고서가 최초 작성자 컴퓨터에서 삭제된 사실,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는 취지로 회유한 정황을 파악해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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