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경찰 셀프수사' 논란…고개 드는 '특검론'


한동훈 '상설특검'?…법조계 "어려울 듯"
일각서 검찰 수사 가능성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이틀이 지난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현장에 투입된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책임론에 부닥친 경찰이 스스로 수사에 나서자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정한 수사에 우려가 이어지면서 '특별검사' 도입 주장도 나오고 있다.

7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수사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담당하고 있다. 500명 규모의 특수본은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류미진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을 대기발령하고 특수본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같은 경찰의 '셀프 수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사고 발생 약 4시간 전에 최초 신고가 접수됐고 총 11건의 신고가 있었는데도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스스로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면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가 시급한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개별특검법보다 상설특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14년 제정된 상설특검법은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 △법무부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 등 두 가지 경우 도입 가능하다.

최근 일련의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여야가 극심한 대치를 벌이는데다 여당은 국정조사까지 거부하는 상황이라서 국회가 특검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특검 발동이 주목받고 있다. 경찰의 '셀프 수사'는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에 해당할 수 있다.

한 장관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부실대응 논란을 부른 112 녹취록에 대해 "대단히 엄정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검 도입론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참사 자체가 수사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미 수사가 진행됐다면 특검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경찰 현장 인력이 아닌 지휘부와 행안부 장관의 책임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현정부 장관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비판 여론도 거세지는데, 더더욱 특검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정된 법무부·감사원 등 소관 부처의 2023년 예산안을 심사를 위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이새롬 기자

윤석열 정부 '2인자'로 여겨지는 한 장관이 윤 정부를 겨냥하는 특검을 도입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수사의 칼끝이 경찰, 행정안전부를 넘어 대통령실까지 겨눌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 가능성도 언급한다.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내용의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지난 9월 시행돼 검찰은 대형참사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없지만, 경찰공무원에 대한 범죄는 수사할 수 있다.

동일한 범죄혐의에 경찰이 검찰보다 먼저 영장을 신청한 사건은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는 게 일반론이다. 다만 검찰이 별도의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이 영장을 청구한 경우에는 경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다는 의미지, 검사가 수사를 개시 못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태원 참사 사건에는 경찰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행안부까지 의혹의 중심에 있어 검찰이 경찰만 수사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예상도 나온다. 한 장관은 "검찰이 경찰의 범죄를 수사할 수 있지만 참사 범위가 넓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검찰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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