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메모의 'Lee 캠프'…"정진상·김용과 상의"


"유동규, 이재명에 사업 방식 보고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영학 회계사가 1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오전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수익 배분 설계 등에 핵심 역할을 한 정영학 회계사의 메모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방식 관련 내용을 이재명 당시 경기 성남시장(더불어민주당 대표)과 그 측근에게 보고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 전 본부장과 정 회계사, 남욱 변호사 등의 공판에서는 정 회계사가 2012~2014년 사이 녹음한 파일을 토대로 검찰에 제출한 요약 메모가 제시됐다.

이 메모에는 △2013년 9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2014년 5월 구역 지정 고시 △2015년 2월 민간사업자 공모 △2015년 3월 27일 성남의뜰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등 대장동 사업 진행 일지가 기재돼 있다.

메모 상단에는 유 전 본부장과 'Lee'가 적혀 있고, 그 사이에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Lee' 아래에는 '캠프'라고 적힌 박스 안에는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름이 적혀 있다.

남 변호사 측 변호인이 'Lee'의 의미를 묻자 정 회계사는 "시장님"이라고 답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를 기재한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했다. '캠프'의 의미에 대해서는 "정진상 씨나 김용 씨, 이재명 시장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인 메모 내용에 대해서는 "2013년 7월 2일자 내용으로 베버리힐스가 발표됐을 때, 녹취상 유 전 본부장이 김 부원장과 정 실장과 상의해 (해당 사업이) 되지 않도록, 저층 연립이 안 되도록 다 보고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베버리힐스'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대장동에 대해 구상했다는 '한국판 베버리힐스' 사업을 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7월 1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개발을 신흥동 1공단과의 결합 개발 형식으로 진행하고, 타운하우스 위주의 고급 주택 단지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이를 강하게 반대했고, 김 부원장·정 실장과 상의한 뒤 이 대표에게 반대 의사를 보고했다는 것이 정 회계사 측 설명이다.

대장동 개발 방식은 2016년 분리 개발로 확정됐다. 검찰은 분리 방식으로 개발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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