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의 고무줄 잣대, 자격정지 3년으로 '국가대표 영구 박탈'
다른 스포츠 선수들 사례보다 '과중'하다는 지적
피해자 합의·선처문, 검찰 '공소권 없음'에도 징계 무거워
당시 휘문고 야구부원 "학교에서 과한 진술서 작성·제출 분위기로 안우진이 몰린 것 같아"
[더팩트ㅣ이효균·배정한·윤웅 기자] 1편에서 안우진 '학폭'과 관련된 2017년도의 징계 과정을 보도해 드렸는데요, '학폭'으로 인해 징계를 받은 선수들의 사례를 보면 안우진의 경우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최근 두산은 학폭 논란으로 NC 다이노스가 한 차례 지명 철회한 전력이 있는 A선수를 뽑았습니다. A는 중학교 시절 학폭으로 지난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학폭과 관련한 징계를 모두 소화했지만, 피해자와 여전히 합의하지 않은 상태라 대중들은 아직도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두산 투수 B는 고등학교 시절 1년 후배를 특수 폭행, 강요, 공갈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재판받는 중입니다. B는 야구부 동기와 함께 후배를 9회에 걸쳐 폭행하고 전기 파리채를 주며 손가락을 넣도록 강요해 감전시키고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2020년 9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후배를 폭행해 손가락을 골절시킨 혐의로 C선수에게 출전정지 1년6개월 징계를 주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이 알려지면서 국내 프로배구에서 퇴출당한 D는 국내로 돌아와 모 구단과 접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국배구연맹의 징계를 받지 않은 D는 자유계약선수(FA)이기 때문에, 이번 시즌 4라운드 시작 전 선수 등록을 마친다면 아무런 제재 없이 국내 무대 복귀가 가능합니다.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저지른 남자 배구선수 E는 12경기 출전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는 무기한 출전 정지를 받은 여자 배구 D에 비해 크게 낮은 수위의 징계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기자: 20년도 9월에 광주 진흥고 선수가 후배를 폭행해서 손가락을 골절시켰어요. 근데 이 친구는 1년 6개월 자격정지 받았거든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 그러니까 그거는 이제 징계 양정 기준에 따라서 저희 공정위원들이 판단해갖고 내리는 거니까 기준이 쟤는 그렇고 쟤는 저렇다 이렇게 비교할 부분은 아닌 것 같고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 저희가 폭력 행위에 있어서 과도하다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기준도 또 같이 있어요. 도구를 사용한다든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 그게 반영됐어요. (안우진은) 도구가 들어갔어요. 도구 배트라든지...집단이고 종합적으로 중대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거죠.]
그렇지만 안우진이 도구 등을 이용해 후배들을 집단 폭행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달라 보입니다.
당시 '안우진외 3명'의 학생이 후배들을 방망이와 야구공 등으로 집단 구타했다는 내용이 교육청 민원에 접수돼 수서경찰서에서 '인지수사'를 하며 피해자로 추정되는 학생들을 조사했습니다.
경찰서는 피해 학생들을 조사 후 안우진을 '특수폭행'이 아닌 '폭행죄'로 입건 했습니다.
특수폭행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한 것을 말하는데 안우진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수폭행은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지 않아 합의를 해도 처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안우진은 불기소 처분이 됐습니다. 이는 곧 특수폭행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징계 결정서를 보면 '집단으로 폭행한 사실이 확인됨' 이라는 이유가 기재돼 있습니다. 또 신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도구(배트,공)를 사용하여 폭력 행위를 저질렀다고 덧붙여져 있습니다.
이는 경찰-검찰 조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는데 서류만으로 사건을 해결한 협회의 잘못된 판단으로 보입니다.
안우진이 고소를 당하고 피해자들과 합의가 안 됐다는 부분도 사실과 다릅니다.
피해자들과 피해자 부모들은 사건 당시부터 안우진 선수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는데, 피해가 경미하거나 폭행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안우진은 4명과의 합의도 다 마쳤고, 심지어 이들 4명과 야구부원 27명은 선처문까지 작성해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휘문구 당시 투수코치 인터뷰: 한 대를 때렸든 두 대를 때렸든 죄는 죄인데 죄의 무게가 좀 많이 잘못되지 않았나. 다른 선수들이 방망이로 때리고 머리박어 시키고 체벌 같은것을 했을 때 우진이 경우에는 제일 낮은 어떻게 보면 제일 가벼운 수준인데... 우진이는 프로를 간다는 생각에 우진이한테 좀 더 많은 짐을 지게 하고 나머지 3명은 다 대학을 갔죠. 그 당시 은연 중에 합의를 한 게 우진이는 프로로 가니까 나머지 대학교 가는 친구들을 위해서 본인이 좀 더 희생을 하겠다는 분위기였었어요. 우진이가 그거는 자기도 한 일이니까 친구들 대학교 못 가서 야구 경력이 단절되는 것보다 본인이 좀 더 짊어지는 쪽으로 그렇게 가닥을 잡았는데. 이만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사실 예상을 못한 거였죠. ]
당시 안우진과 함께 후배들을 폭행했다는 3명의 학생들은 협회의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다. 누군지 특정이 안 됐다는게 그 이유였습니다.
[기자: 그 당시에 집단 폭행으로 됐으면 가해자가 안우진 선수 말고 3명이 더 있잖아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 그게 특정이 안 된 거예요. 안우진 같은 경우는 미디어에서 다 때려갖고 드러났잖아요. 근데 같이 했던 친구들 자체는 저희가 특정을 할 수가 없으니까. 수사 기관이 아니라서 강제적으로 수사를 해서 알아낼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저희가 인지를 해야 돼요.]
[기자: 그 정도는 그냥 학교에 문의하면 다 알 수 있는 내용 아닌가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 다 감추려고 해요. 학교 개인 정보 관련된 거 민감 정보에 해당된다고.]
[기자: 그러면 경찰 쪽에서는 어차피 그 당시에는 조사를 마친 상태니까 경찰하고 협력하면 충분히 알 수 있지 않나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 수사 결과 그러니까 징계 경력이라든지 수사 경력 보는 것도 사실 저희가 개한테 개인 확인용만 가능하고...]
[기자: 그러면 경찰도 학교도 뭔가 정보를 안 주면 징계 내리는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했다는 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 저희는 교육청 쪽이라든지 이런 쪽 다 하죠.]
[기자: 확인해 보신 게 교육청 밖에 없는 거 아닌가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 폭력 사실만 저희는 확인을 하면 돼요.]
[기자: 선수 징계라는게 선수 생명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고 이러는데 그래도 좀 자세히 조사를 해 보고 징계를 내려야 되는 거 아닌가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 폭력 사실을 확인을 했어요.]
[백성문 변호사: 규정대로 하려면 사실관계가 확정되는 게 전제가 돼야 되잖아요. 그때 불기소 결정 난 것도 보지 못했고 수사 자료도 확인 안 했고 피해자들 가해자 우진이 진술도 듣지 않았고, 그런데 사실관계를 어떻게 확정합니까. 사실관계 확정을 결국 기사로 했다는 소리예요.]
결국 협회에서 안우진의 폭력 사실을 확인 했다는 부분은 교육청 자료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협회가 안우진 징계를 의결한 2017년 11월 17일, 사건을 수사한 수서경찰서는 안우진 혐의에 대해 불기소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습니다. 10일 후에는 서울중앙지검도 안우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명 운동선수나 연예인의 학폭 사건은 피해자와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거나, 피해자가 가해자를 방송 등으로 접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지속적으로 느낀다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이에 해당한다면 당연히 합당한 징계와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안우진과 함께 생활한 휘문고 야구부원들의 얘기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당시 휘문고 야구부원1: 지금 나이로는 저였으면 제가 피해자라고 안 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때 너무 그런 분위기들이요 야구 부장님이나 그런 분위기들이 조금이라도 털끝이라도 건드렸으면 다 진술서를 써라. 이런 식으로 분위기 자체가 그런 식으로 갔기 때문에 조금 더 우진이 형이 그쪽으로 몰리지 않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다른 고등학교도 똑같이 집합도 하고 얼차려도 하잖아요. 그 전에 운동부라는 개념 자체가 근데 그런 거를 생각하면은 솔직히 아무것도 아닌데. 저한테는 좋은 선배였어요.]
[당시 휘문고 야구부원2: 글쎄요 근데 구타라고는 저는 생각이 잘 안 들긴 하는데... 그냥 구타는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우진이 형도 얼차려를 시킨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선후배 간의 장난은 치죠. 물론 장난이 각자의 받아들임이 틀리니까 어떻게 이게 맞다 이렇게 말씀 못 드릴 것 같은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냥 장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젠 학교 폭력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커지면서 '학폭' 이력이 있는 선수는 프로 지명 단계부터 불이익을 받는 분위기입니다.
안우진의 '학폭'을 두둔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학폭'에 대한 투명하고 검증된 과정, 일률적이고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스포츠계도 앞으로의 '공정성 시비'를 줄일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여론을 의식해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누군가가 '사회적 희생양'이 되는 일은 앞으로 근절 되어야 할 것입니다.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윤웅 기자>
<1편> ▶[단독] KBO 에이스 안우진의 '눈물', 국가대표 자격 박탈 '부적절'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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