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O 에이스 안우진의 '눈물', 국가대표 자격 박탈 '부적절' (영상)

당사자에 징계위 출석 통보 않고 자격정지 3년

대한야구소프트볼協·휘문고, 중요한 징계임에도 서면만 주고 받아

본인 소명절차 없었던 안우진, 법조계 "징계시 사실확정 절차 꼭 거쳐야"

특수폭행 아닌 단순 폭행죄…경찰·검찰 불기소

2017년 '학폭' 중징계 여론에 휩쓸려 "과한 처벌" 지적

[더팩트ㅣ이효균·배정한·윤웅 기자] 이번 달 열릴 예정이었던 'MLB 월드투어: 코리아 시리즈 2022'.

주최측 사정으로 경기가 취소되긴 했지만, 키움 히어로즈 투수 안우진이 이번 'MLB 월드투어'에 발탁되지 못한 것에 대해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최고구속 160km/h, 평균 153.4km/h에 달하는 속구와 마구에 가까운 슬라이더. 올해 30경기 196이닝 동안 15승 8패 평균자책 2.11을 기록한 안우진은 명실공히 키움의 에이스 입니다. 안우진은 올해 평균자책과 탈삼진 2관왕을 차지했고, 224탈삼진으로 최동원을 넘어 최다 탈삼진 기록까지 세웠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 이번 'MLB 월드투어' 선수선발과 관련해 기술위원회에서 현장 코칭 스태프와 과거 사례를 다 살폈어요. 약간의 논란이 되는 것과 팀 전력을 비교했고 종합적 판단을 했습니다. 국가대표를 관리하는 대한체육회에서 징계를 받은 선수잖아요. 우리가 다시 선발하는 것도 맞는 것인지 그 항목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2017년 11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A)에서 '자격정지 3년'의 중징계를 받은 안우진은 대한체육회 규정상 '국가대표 영구 박탈'이 됐고, 대한체육회 소관인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물론 WBC는 출전이 가능합니다.

'학폭'으로 징계를 받은 안우진은 앞으로도 이런 주요 경기 출전에 여러가지 제약이 있어 보입니다. 국가대표를 관리하는 상위단체인 대한체육회에서 징계를 받았다는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시 안우진을 1차적으로 징계했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징계 과정이 부적절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협회가 징계 출석 공문을 휘문고등학교에만 보내고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점, 휘문고가 협회에 "안우진 징계를 논하는 스포츠공정위에 참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한점에 대해 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31조>

보시는바와 같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징계혐의자에게 출석을 요구할 때에는 출석요구서가 징계혐의자에게 도달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 징계혐의자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직접 송부하는 것이 곤란할때는 출석 요구서를 소속단체의 장에게 보낼 수도 있습니다.

2017년 당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휘문고등학교에만 공문을 보냈고 당사자인 안우진 측에는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요, 협회에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 일단 당시 저희가 스포츠 공정위원회 회의 개최하는 날에 추계리그가 진행되고 있어서 (학교측으로부터) 참석하기 어렵다고 공문으로 회신을 받았어요. 본인한테 연락할 수 있는 경우는 할 수도 있는 거고요. 징계 혐의자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이제 그 밖에 또 특별한 사유 때문에 직접 송부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저희가 징계 혐의자의 소속 단체장에게 송부해서 전달하게 할 수 있다라고 명시가 돼 있어요.]

[기자: 그 당시에는 (안우진의) 주소가 불명확하거나 그러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 주소도 저희가 가지고 있는 게 없었고 이 선수를 출석하게 하기 위해서는 소속 단체장이 이제 허가 허락 파견을 해 줘야 되는 상황이니까. 그래서 소속 단체장에게 통보해갖고 전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걸로 판단을 한 거죠.]

협회는 안우진의 주소를 알 수 없어 학교장에게만 통보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것은 학교에 확인한 후 충분히 전달 가능한 부분입니다.

또 학교측에서 서면으로 대신한다고 했던 과정에서 안우진의 의사도 반영이 됐는지 확인 과정도 필요합니다.

[기자: 징계 혐의자 본인 없이 징계가 가능한가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 이렇게 불출석하겠다고 통보를 받았을 경우에는 이 내용을 기록에다가 첨부를 하고 서면 심사만으로 징계 의결을 할 수 있다고 돼 있어요.]

[기자: 근데 이러면 본인이 징계 과정에 있는 줄도 모르고 징계를 받는 결과가 나오잖아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 일단 저희는 규정상의 소속 단체장에게 송부하고 전달하게끔 하고 소속 단체장이 징계 혐의자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저희가 그것까지는 업무에서는...]

이런 부분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의해서 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단체들의 경우를 비춰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함상완 변호사(법무법인 충정): 중요한 게 징계 절차에 있어서 통보를 해야 되거든요. 근데 통보 절차가 적법하게 돼야 되는데 이 경우에는 사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본인 또는 본인의 법정 대리인이 부모한테 전달이 됐어야 되는 거죠. 전달이 돼야 되고 소명의 기회도 주어져야 되고 그거에 대해서 타당한지를 따진 다음에 중징계를 했어야 되는데 그 절차가 없는 게 문제인 것 같고요. 학교가 대리인은 아니잖아요. 법원은 징계 절차가 진행되면은요, 한 차례가 아니라 여러 차례 조사하시는 분이랑 조사 개시 결정이 되면 만나요. 만나서 얘기 나누고 이런 부분이 잘못됐다 아니면 잘 됐다 '사실확정'을 먼저 하게 돼 있거든요. 본인이 참여할 수밖에 없고 그리고 특히 중징계나 이런 절차가 있으면 규정상 실제로 위원들 앞에서 질의 응답하는 시간이 있어요. 통상적으로는요. 그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죠 충분히.]

이렇듯 보통의 징계 절차를 거칠때는 징계혐의자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들을 불러서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기본이 되는 사항이고, 이런 중대한 사안을 서면으로만 조사해 징계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설사 징계혐의자가 지속적으로 불출석을 하더라도 사실관계 확정에 대한 노력은 계속돼야 합니다. 또 협회 규정에 '위원회는 징계혐의자가 출석하여 진술하기를 원하지 아니할 때에는 진술 포기서를 제출하게 하여 기록에 첨부하고 서면심사만으로 징계의결을 할 수 있다' 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당시 안우진측은 전혀 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진술 포기'에 관한 과정도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 (휘문고에서) 공식 서신으로 공문으로 회신을 해왔기 때문에 서면상으로 기록 남기고 서면 심사해서 징계할 수 있다는 (협회) 규정을 따라서 한 거죠.]

[함상완 변호사(법무법인 충정): 서면으로 인해서 자기가 소명서를 제출하게 돼 있는데 어차피 기명날인을 하잖아요 본인 이름으로. 근데 그것도 본인이 안 하고 학교 측에서 대신 했다는 얘기잖아요. 그걸 학교에서 위조해서 했다는 얘기밖에 안 되는 거죠. ]

휘문고 측에도 안우진에게 연락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휘문고 당시 교감선생님: 야구 부장님이 "저한테 이런 공문이 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됩니까"라고 해서 제가 교장님한테 또다시 보고를 했죠. 사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그렇게 심각한 상태가 아닌 걸로 판단을 했고, 야구 경기도 있고 그런 상태에서 서면으로 하면 안 되겠느냐, 서면으로 하자라고 해서 서면으로 말씀드렸어요. 본인한테는 가서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사실 못 드린 거죠. 학교가 그런 부분을 조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대한체육회에 가서 (스포츠공정위) 할 때는 "그 당시에 야구협회(스포츠공정위)에서 할 때는 왜 (직접가서) 안 했느냐"라고 해서 우리가 사실은 "학교에서 조금 이런저런 여러 가지 고려해가지고 서면으로 답변했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는데 끝나고 난 뒤에 안우진 선수하고 안우진 어머니한테 우리가 죄송하다라고 말씀드렸어요.]

결국 당사자에게 통보는 전혀 하지 않은 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휘문고등학교 만의 결정으로 안우진의 징계가 이뤄졌습니다. 안우진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오동현 변호사(당시 안우진 변호인): 우진이가 한 것도 그렇게 잘한 건 아니지만 엄청 심하고 그런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협회 내부 분위기에 따라서 자격 정지나 이런것 없이 마무리된 경우도 꽤 있어요. 사회 봉사로 대체한다든지 그런 부분들도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우진이 같은 경우에는 워낙 언론에 이슈가 되니 (협회에서) 조금 엄하게 이렇게 되지 않았나 싶은 게 좀 아쉽죠.]

또 안우진이 도구 등을 이용해 후배들을 집단 폭행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달라 보입니다.

당시 '안우진외 3명'의 학생들이 후배들을 방망이와 야구공 등으로 집단 구타했다는 내용이 교육청 민원에 접수돼, 수서경찰서에서 피해자 '인지수사'를 했습니다.

경찰서는 피해 학생들을 조사 후 안우진을 '특수폭행'이 아닌 '폭행죄'로 입건 했습니다. 특수폭행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한 것을 말하는데 안우진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수폭행은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지 않아 합의를 해도 처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안우진은 경찰과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됐습니다.

이는 곧 특수폭행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2022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1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가운데 안우진이 역투하고 있다. /SSG랜더스필드=남용희 기자

안우진 문제가 있던 2017년에는 숭의초등학교 수련회 집단폭행사건, 강릉 여고생 폭행 사건, 장난감 화살 실명 사건,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 청량리 여중생 폭행 사건, 천안 여중생 폭행 사건 등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시기였습니다.

당시 '학폭'에 대한 엄한 분위기로 미뤄봤을 때, 안우진의 징계 수위가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과중한 처벌을 받게 된 것이라는 주장들은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나이 어린 유망주에게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분위기로 이를 매장시킨 '관료적 발상'도 문제시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죄의 징계는 달게 받아야되지만 구체적 소명 기회도 없이 죄 이상의 과대한 벌을 받는 것도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처사"라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입니다.

KBO 역시 '2022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키움의 에이스로 발군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안우진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해 보입니다.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윤웅 기자>

<4일(금) 2편→ [단독] 안우진 3년 징계 '죄의 무게가 잘못됐다'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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