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흐느끼는 합동분향소


서울광장·녹사평 분향소 아침부터 추모 발길 이어져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조문을 마치고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주말 내내 잠 한숨 못 잤어. 가슴 한 켠이 너무 아리고 허망해서…."

대전에서 KTX를 타고 서울에 도착한 안형길(76) 씨는 곧바로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안 씨는 "젊은 친구들이 이토록 허망하게 가버리면 남은 사람들은 오죽하겠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는 분향소에 헌화한 뒤 이태원 사고현장에 가볼 예정이라고 했다.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 넋을 기리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개를 떨군 채 한참을 흐느끼는 시민이 있는가 하면,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남성도 있었다.

튀니지 출신 지헤드 제마이(33)는 "사고 당일 이태원 현장에 쇼핑하러 갔었고, 사람이 많아 일찍 빠져나왔다"며 "젊은 사람들이 사고를 당해 마음이 아프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7년 동안 한국에서 안전하게 살았지만 이번 사고로 너무 놀랐다"고 울먹였다.

아침 일찍 평택에서 온 최완섭(67) 씨는 울부짖다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젊은 사람을 이렇게 다 잃으면 나라가 잘 살아도 무슨 소용이냐"라며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일을 반복할 건가. 철저하게 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인 녹사평역 광장 합동분향소에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이선화 기자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인 녹사평역 광장 합동분향소에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이태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윤모 씨는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사연 하나하나 보다가 눈물이 나서 안 되겠다 싶어 분향소에 나와봤다"고 했다.

대학생 원모(22) 씨는 "사고 당시 삼각지역 쪽에 있었는데, 지금도 실감이 안 난다"며 "너무 안타깝다. 저한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고 슬프다"고 말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재단 등 세월호 유가족들도 분향소를 찾았다. 장동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조문을 마친 뒤 "아픔을 같이하기 위해 분향소에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매번 얘기했지만 또다시 10대, 20대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참사를 당했다"며 "향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대책이나 권고사항을 국가가 이행할 수 있도록 (우리가) 역할을 해나가자는 다짐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곳곳에는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분향소가 마련됐다.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는 국가 애도기간인 11월 5일까지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 전국적으로 희생자가 나오면서 경기도, 대구, 강원 등 전국 17개 시도에도 합동분향소가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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