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문재인 정부 안보 라인이 "SI(특수취급정보) 첩보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내용이 포함됐다"며 반격에 나섰다. 반면 검찰은 SI로만 월북 판단을 섣불리 내릴 수 없다며 향후 수사결과를 지켜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구속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의 구속기간을 내달 9일까지 한차례 연장했다.
검찰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했을 당시 국방부, 해양경찰청 등이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내린 경위를 수사 중이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이 정확한 조사나 근거 없이 결론을 내렸다고 의심한다. 월북 결론을 얻기 위해 관련 첩보를 삭제했다고도 본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사건의 핵심으로 떠오른 SI 첩보에 '월북' 내용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SI는 미군과 우리 군이 함께 수집한 정보가 포함돼있다.
노 전 실장 등은 "북측 수역에서 발견된 사람이 실종된 공무원이라는 정황이 담긴 SI 첩보에 '월북의사'를 표명한 내용은 포함돼 있었다. 2020년 9월 24일 오전 국방부가 처음으로 공식 SI 첩보 분석 보고를 했다. 여러 관련 정황과 더불어 월북이 가장 유력한 실종원인이 추정됐다"며 "SI 첩보 상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실 자체를 감추거나 배제한다면 이것이 오히려 조작이지 첩보 내용을 있는 그대로 판단에 포함하는 것을 어떻게 조작으로 몰고 갈 수 있나"라고 언급했다.
월북으로 결론을 내린다고 해서 얻을 이익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모든 범죄는 동기가 존재한다. '월북 몰이'를 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월북'으로 몰아갈 이유도 실익도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SI에 '월북' 내용이 들어가 있더라도 곧 사실관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월북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 26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은 SI에 "월북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은 피격사건의 주요 정보를 SI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SI에) '월북' 단어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27일 기자들에게 "SI 첩보라는 단서가 있다고 해서 사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SI 등 첩보를 모아 분석해 정보를 만든 뒤 이를 근거로 신중한 판단을 내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SI와 관련된 질의가 계속 이어지자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나중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들어보면 판단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서 전 장관이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밈스·MIMS)에 SI 등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은 서 전 장관에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를 적용했는데 검찰 관계자는 "첩보나 보고 삭제가 무조건 불법이냐, 아니면 이 사건에서는 불법이냐는 구분해야 한다. 형법상 공용전자기록손상죄는 손상, 은닉이 아닌 '효용'을 해하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월북이 아닌 다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삭제됐다는 의심이다.
다만 검찰의 판단에 논란도 따른다. 익명을 요청한 법조계 인사는 "SI 정보에 월북이라는 단어가 있었다는 것은 감청 또는 북한 내 정보원 등에서 수집한 자료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됐다는 의미다. 어찌됐건 의사에 관한 정보는 기본적으로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SI 정보는 결국 책임권자가 판단하는 영역인데 설사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향후 모든 판단에 적용될 여지가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첩보와 정보의 통제는 국가 안보와 필수적으로 연결되는 사안이다. 노출 범위를 제한하는 조치 과정에서 정보등급 단계에 따라 차단했다고 해서 삭제라고 본다면 향후 군에서 정보나 첩보 차단이 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국가 안보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의 구속으로 수사는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두 사람의 구속영장 발부를 두고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의 지위나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에 비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 역시 사안의 성격이나 중대성에 공감하신 것이 아닐까 이해한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두 사람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박지원 전 원장과 서훈 전 실장 등 핵심 인물들을 연이어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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