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경찰관 퇴직 러시…"근무환경 열악, 이유없이 욕만 먹어"


현장 경찰관 만나보니 "이상과 현실 괴리"
연금 축소·교대 근무 등도 영향

저연차(재직기간 5년 이하) 경찰관들의 퇴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급여와 업무 스트레스 등 불만이 커지면서 경찰 조직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박헌우 인턴기자

[더팩트ㅣ김이현·조소현 인턴기자] 서울 한 지구대 2년차 순경 김모(30) 씨는 일주일에 서너 번 욕설을 듣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주로 취객과 대치하고, 심한 경우 폭행도 당한다. 김 씨는 "주 업무이고 익숙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면서도,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을 때가 있다"고 했다.

경기도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4년차 경찰 이모(33) 씨는 "잦은 야근에 주말에도 출근하는데 수당이 최저시급도 안 된다"며 "젊은 직원은 없고, 컴퓨터 등 장비는 최악이다. 업무처리 방식도 융통성이 없다"고 토로했다.

저연차(재직기간 5년 이하) 경찰관들의 퇴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급여와 업무 스트레스 등 불만이 커지면서 경찰 조직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팩트>가 만난 저연차 경찰들은 모두 '저임금, 업무 환경'을 퇴직 1순위로 꼽았다. 연금 축소 문제를 꼽기도 했다.

부산 지역 한 기동대에서 근무하는 2년차 경찰 윤모(28) 씨는 "낮은 임금이 제일 큰 문제고, 교대 근무로 몸이 상해 건강에 무리가 많이 간다"며 "일하는 것에 비해 보람이 없다고 느껴지니 퇴직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한 지구대에 근무하다 기동대로 옮긴 2년차 최모(28) 씨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 낮아진 공권력에 더해 민원인들에게 아무 이유없이 욕을 먹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근무시간도 타 직렬에 비해 월등히 많은데, 실상은 3000원 정도 야간수당을 받으며 일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2년차 여경 조모(27) 씨는 "연차가 쌓이면 익숙해지는데 그 이후엔 자기발전이 더뎌 매너리즘을 느낀 적은 있다"며 "여경의 경우 호봉도 낮고, 소수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10년차 이상 경찰관보다 저연차의 퇴직자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15년차 경찰 퇴직자 수는 40명으로, 5년 전인 2017년(45명)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5명 줄었다.

반면 재직기간 5년 이하 경찰관 중 지난해 퇴직한 사람은 126명이었다. 전년(80명)보다 57.5%, 5년 전인 2017년(87명)보다 44.8% 늘어난 수치다. 올해는 8월까지 퇴직한 사람만 이미 69명에 달한다. 올해 저연차 경찰 퇴직자 역시 100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파출소에서 2년째 근무하는 양모 씨(26)는 경찰과 소방은 지방직 일반행정 공무원에 비해 근속 승진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말했다./김세정 기자

경찰 연금이 축소되는 것도 퇴직을 고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공무원 퇴직연금은 '평균 월 소득×재직기간별 적용비율×재직연수×1.7%' 방식으로 계산한다. 승진 소요 연수가 긴 경찰은 평균 소득월액이 낮아 다른 일반 공무원보다 퇴직연금이 적다.

윤 씨는 "교대 근무로 건강은 나빠지는데, 연금은 제일 못 받는 직업 중 하나가 경찰"이라며 "현재 환경에 더해 미래도 생각하니 퇴직율이 더 높다"고 했다. 최 씨는 "나를 비롯해 많은 저연차 경찰관이 노후 불안으로 개인연금을 들거나 재테크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

승진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 파출소에서 2년째 근무하는 양모(26) 씨는 "경찰과 소방은 지방직 일반행정 공무원에 비해 근속 승진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계급별 근속 승진 간격이 좁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2년차 윤 씨는 "승진제도에서 시험, 심사, 특진 이렇게 세 개가 있는데 심사 승진과 특진 비율을 높힌다면 좋을 듯하다"며 "일보다 시험 공부에 비중을 더 크게 잡고 공부를 해야하는 건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근무환경 개선 가능성엔 냉소적인 의견이 많았다. 김 씨는 "안 되겠지만, 인원을 확충해 최소한 야간 근무 환경이라도 개선해줬으면 한다"며 "앞으로 저연차 경찰 퇴직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솔직히 개선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올해 입사해 서울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원모(34) 씨는 "현재 선후배 간 수직적 관계는 많이 개선됐다. 합당한 보수와 바디캠, 개인 총기 등 장비 보급이 잘 됐으면 좋겠다"며 "저연차 퇴직이 쭉 이어질 것 같진 않다"고 내다봤다.

경기 한 경찰서 형사과에 근무하는 박모(27) 씨는 "업무 특성상 야간근무가 많아 저연차 직원들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니 복지가 더 향상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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