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헌법재판소가 8촌 이내 혈족 사이 결혼을 금지한 현행법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27일 오후 청구인 A 씨가 민법 809조 1항 등에 대해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8촌 이내 혈족 사이 혼인을 금지한 민법 809조 1항에 대해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다만 이를 이유로 혼인을 무효화할 수 있다고 규정한 민법 815조 2호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청구인 A 씨는 2016년 5월 B 씨와 결혼했다. 같은 해 8월 B 씨는 배우자와 6촌 사이라는 이유로 혼인 무효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A 씨는 8촌 이내 혈족 사이 결혼을 금지한 민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민법 제809조 제1항은 '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할 때 민법 815조에 따라 혼인 무효 사유가 된다.
사건의 쟁점은 8촌 이내 혈족의 혼인을 금지한 민법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는지다. 민법이 정한 근친혼의 범위가 입법 목적과 외국 입법례 등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넓은지도 관건이었다. 오늘날 친족·가족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지, 혼인 전 상대방을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지도 화두였다.
헌재는 "이 사건 금혼 조항은 근친혼으로 인해 가까운 혈족 사이의 상호 관계 및 역할 지위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고 가족 제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적당하다"라며 "8촌 이내 혈족 사이 혼인을 금지한 건 근친혼 발생을 억제하는 데 기여하므로 입법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근친혼 범위를 8촌 이내 혈족으로 본 현행법에 대해서도 "친족 관념이나 가족의 기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회 문화적 변동이 계속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도 친족 관념이나 가족의 기능에 관해 세대 간 견해의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민법이 정하고 있는 친족의 범위를 고려해 정한 이 사건 금혼 조항이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외국의 입법례에 비해 금혼 범위가 넓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근친혼으로 인한 가족제도 기능의 저해 범위는 가족의 범주에 관한 인식과 합의에 달려 있다. 역사·종교·문화적 배경이나 생활 양식의 차이로 인해 상이한 가족 관념을 가지고 있는 국가 사이의 단순 비교는 의미가 있기 어렵다"라며 금혼 범위 역시 적절하다고 봤다.
근친혼을 이유로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개인의 생존권과 자녀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임에도 근친혼만을 근거로 혼인을 전부 무효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이유다.
헌재는 "혼인 무효는 부부 사이 권리와 의무 이행이 이뤄지고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처음부터 혼인이 없었던 것처럼 취급하는 것이라 가족제도 기능 유지라는 근친혼 금지의 본래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무효 조항을 통해 금혼조항의 실효성을 확보함으로써 가족제도의 기능을 보호해 달성되는 공익이 적지 않지만 혼인 당사자와 자녀의 법적 지위를 전혀 보호하지 않고 금혼조항의 위반을 혼인 무효 사유로 규정한 건 과잉금지원칙 위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계 혈족 및 형제자매 사이의 혼인과 같이 근친혼이 가족 제도의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에 한정해 무효로 하고, 그 밖의 근친혼에 대해서는 혼인 취소를 통해 당사자나 자녀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면서 혼인무효 조항의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민법상 혼인 취소 제도는 부부 당사자와 자녀의 법적 지위를 이혼에 준해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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