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서 피고발인으로 언급된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문제의 고발장으로 수사까지 받게 됐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 측은 황 전 위원의 주장은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손 부장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황 전 위원은 1차 고발장에 기재된 피고발인 가운데 한 명이다. 1차 고발장에는 황 전 위원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보자 X' 지모 씨 등이 피고발인으로 적시돼 있다. 이들이 공모해 '검언유착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허위로 보도함으로써 윤석열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다.
황 전 위원은 "2020년 7~8월경 저와 최 의원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 왔다. 그때 당시에는 누구에게 어떤 고발을 당했는지 모른 채 수사받고 지난해 연초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라며 "지난해 9월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건 검찰 수뇌부나 누군가 고발을 하도록 사주를 한 것이 아닐까' 판단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손 부장 측 변호인은 1차 고발장은 윤 대통령 부부와 한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인 데 반해, 실제 황 전 위원에 대한 고발과 수사가 이뤄진 사안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취재업무 방해 혐의라고 반박했다. 황 전 위원에 대한 수사와 1차 고발장은 무관하다는 취지다. 실제로 황 전 위원이 2020년 수사받은 사안은 한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이었다.
어떤 근거로 1차 고발장과 실제 수사가 연결돼 있다고 판단하냐는 변호인의 물음에 황 전 위원은 "(시민단체의 고발 건도) 1차 고발장에 기초를 두고 있다. '검언유착' 의혹이 허위라는 점에서 출발해 '권언유착'이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고발 당사자와 고발 범죄를 조금씩 바꿔서 이뤄진 고발인데 과연 시민단체 스스로 알아서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의문을 표했다. 시민단체가 검찰 수뇌부 등의 '사주'를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을 고발한 것이라는 의심이다.
그는 또 "과거에도 검찰에서 시민단체나 개인에게 고발하도록 사건을 알려주거나 내용을 정리해주는 폐습이 있었던 걸로 안다"라며 "실제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꼬리가 밟힌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고 덧붙였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를 말하는 것이냐는 손 부장 측의 질문에는 "찾아보고 확인해보겠다"라고 했다.
손 부장 측은 황 전 위원의 증언은 개인적인 의견과 추측에 불과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황 전 위원 역시 '검찰 수집 데이터를 시민단체에 넘겼다는 것은 증인의 경험이냐' 등 증언의 출처를 묻는 대부분 질문에 "제 추측과 의견"이라고 답했다. '피고인(손 부장)을 포함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직원들 등이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전달한 걸 직접 경험한 건 아니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경험한 적 없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 전 기자가 한 장관과의 친분을 이용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여권 인사의 비리 폭로를 강요했다고 보도한 장인수 MBC 기자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장 기자 역시 1차 고발장의 피고발인이다. 그는 "(보도에) 잘못되거나 틀린 부분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전 기자와 한 장관이) 공모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관련 재판이 1심에서 무죄로 결론 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해당 사건 1심 재판부는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취재 윤리 위반임을 엄격히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지금은 '검언유착'이라는 표현보다 기자의 취재 윤리 위반이라고 하지(부르지) 않느냐"라는 손 부장 측의 질문에 장 기자는 "그건 부르는 사람 마음"이라고 했다.
손 부장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2020년 4·15 총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당시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던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 손 부장 등을 입건해 약 8개월 동안 수사를 벌인 뒤 손 부장을 공직선거법, 개인정보보호법,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김 의원에 대해서는 공수처법상 기소 대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검찰에 이첩했다.
검찰은 지난달 손 부장과 김 의원의 공모 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김 의원을 고발한 시민단체는 검찰 처분에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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