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 없어서 못 잡나…'1인1총기' 일선 경찰은 시큰둥


윤 대통령 지시에 영향 예산 26배
"쏠 일 없고, 사고 가능성만 커져"

경찰이 추진 중인 1인 1총기 정책을 놓고 일선 경찰 사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2014년 인천 지검 특별수사팀이 구원파 신도 김 엄마 자택에서 총기 발견하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더팩트DB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경찰이 추진 중인 '1인 1총기' 정책을 놓고 일선 경찰 사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마다 총기를 소지해야 할 필요성 자체도 적은 데다 오히려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사고 가능성만 높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내년 권총 구입 예산으로 38억5000만 원을 편성했다. 올해 1억5000만 원에서 약 26배 증가한 액수다. 경찰은 앞으로도 예산을 꾸준히 늘려 5년 안에 경찰관 한 명당 1개의 총기를 보유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장 경찰들의 분위기는 시큰둥하다. 총기가 부족하지 않은데다 사용할 여건도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직 경찰관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서는 "권총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며 "부족한 것은 총기를 사용해 범인을 검거하고도 과도한 책임을 묻는 법에 대한 보호장치일뿐"이라는 글이 최근 호응을 얻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구대와 파출소 등에서 현재 보유 중인 권총은 약 1만6300정이다. 지구대와 파출소 등 현장에서는 2인 1조로 움직이며 각자 권총과 테이저건을 소지한다. 업무 때 들고 나갈 총기 자체는 충분한 상황이지만 경찰은 이달 말까지 약 9000정을 추가 보급할 방침이다. 구입할 총기는 기존에 사용해온 38구경 리볼버 권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7월 윤 대통령은 치안 대응태세 점검을 위해 서울 신촌지구대에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일선 경찰과 간담회를 갖고 "흉악범에 대한 경찰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경찰 사격 훈련을 강화하고, 경찰관마다 전용 권총을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말했다.

과거 과격한 시위 등이 벌어지면 경찰이 먼저 총기 사용 등을 경고한 적은 있었으나, 대통령이 경찰에 총기 확대를 당부한 사례는 1990년 노태우 정부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한 정부는 외근 경찰 약 2만5000명에 실탄을 장착한 총기를 지급했다. 이때도 인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서울 신촌지구대에서 경찰 사격 훈련을 강화하고, 경찰관마다 전용 권총을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를 찾아 지구대장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더팩트DB

현재도 경찰은 보유한 총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지난해 5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2019년 8월부터 작년 7월까지 1년 동안 경찰관이 현장에서 사용한 물리력 4951건 중 권총 사용은 14건(0.3%)에 불과했다. 이중 2건은 주취 상태인 대상자를 향한 경고사격, 4건은 인명보호를 위해 멧돼지에 발사한 건이었다.

이에 경남 지역 지구대의 경위급 모 경찰관은 "총기는 적법하게 사용해도 인권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피의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감찰이나 소송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또 "사용도 잘 안 하는 총기를 괜히 늘렸다간 오발이나 분실 등 사고 가능성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좋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경찰 1인1총기 지급 검토안’에서 부작용을 우려했다. 범죄예방 효과를 보장할 수 없으며 오히려 무게 때문에 기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스스로 숨을 거둔 경찰관 10명 중 9명이 총기를 사용했다는 통계도 소개했다.

특히 경찰은 2016년부터 약 34억 원을 투자해 스마트권총을 개발 완료한 상태이기도 하다. 38구경 권총이 강한 화력 탓에 사상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받자 개발한 총기다. 플라스틱 탄약이 들어간 스마트권총은 화력이 기존 권총의 10분의 1수준이라 범인의 사망 가능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당장 1인 1총기를 갖춰야 할 정도로 치안 상태가 나쁘지도 않은데 현실과 괴리가 큰 정책"이라며 "무엇보다 일반 시민이 총기를 소지할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경찰관이란 이유로 1인당 총기를 보유하는 것은 비례원칙에 비춰서도 적정성 시비가 따를 수 있다"고 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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