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여야가 법원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국감 보이콧'을 놓고 충돌했다. 여당은 복귀한 민주당 위원들에게 사과를 촉구하고, 피감기관장에게 민주당의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답을 촉구하기도 했다.
신당역 살인사건과 춘천 의암호 참사 등 안타까운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도 거론됐다. 위법수집증거 감시와 사건 적체 문제 해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일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16개 법원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했다.
국감 시작부터 전날(20일) 민주당의 보이콧에 따른 대검찰청 국감 파행에 대한 책임 공방이 오갔다. 김 위원장은 "합의에 따라 본회의에서 의결된 의사일정이었던 대검 국감에 참석하지 않은 민주당에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고,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국감 현장에 들어올 게 아니라 (전날) 국감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참한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부터 해야 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민생 문제를 다 덮으려고 기획된 정치 참사를 일으키는 게 집권 여당과 정치 검찰, 윤석열 대통령이 할 일인가"라며 민주당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야당 탄압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의가 본격화한 뒤 여당 의원들은 법원장에게 민주당의 압수수색 저지 행위를 공무집행방해죄로 볼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성지용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게 민주당의 압수수색 저지와 국감 보이콧 등을 놓고 "사법부 모독이 아니냐", "공무집행방해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동의하시냐" 등을 물었다. 성 법원장은 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광태 서울고등법원장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법원 심판대에 오른 '키맨'들도 뜨거운 감자였다. 성 법원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석방에 대해 "대장동 사건과 위례 신도시 사건은 시기와 적용 법조 등이 완전히 별개인 내용이라 사건을 병합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별건 구속 논란이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됐다. 그는 최근 위례신도시 사업 특혜 비리 의혹 관련 혐의로 추가 기소된 상태인데, 검찰은 법원에 사건 병합을 요청했지만 반려돼 석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대장동 사업자에게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놓고도 대립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김 부원장 체포 영장 발부 이유가 '수사기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데 김 부원장은 직업과 거주가 분명해 도주 우려가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라며 검찰의 체포가 부적절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의원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로) 검찰이 적시한 혐의를 인정했다고 봐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으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굳히기에 나섰다. 성 법원장은 "(검찰이 적시한 혐의가) 소명됐다고 봐야 한다"라고 답했다.
대형 의혹 사건을 놓고 대립하던 여야도 범죄 피해자 배려에는 모두 공감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제 일인데 저만 빼고 진행되는 것 같다'는 피해자의 생전 발언을 언급하며 범죄 피해자의 사법 절차 참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의원이 "피해자의 절차 참여를 위한 입법적 노력을 하고 있다. 스토킹 범죄에서도 변호사를 통한 피해자의 (절차) 참여를 늘려야 한다는 견해"라고 하자 성 법원장은 "그 사건을 계기로 법원도 많은 고민과 검토를 하고 있다. (이 의원의 견해에)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강원 춘천 의암호 참사 사건의 수사 및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재판이 늦어지면 (희생자의) 가족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을 것"이라며 "위태로운 상황에서 인공 섬 고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고인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진실 규명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걸 공감하느냐"라고 물었다. 한창훈 춘천지방법원장은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 등이 기소돼 입장이 다른 부분이 있는 걸로 안다.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되도록 재판부에 전달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유 의원은 또 전국 법원의 재판 지연이 통계상 심각하게 나타났다며 법원장들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성 법원장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각도로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정효채 인천지방법원장은 "관할 지역 인구가 많이 증가해 청사가 부족하고 법관 증원도 순조롭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며 "별관 증축과 사무조정을 통해 (사건 적체를)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취약계층을 위한 법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법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법접근센터가 수원지방법원에만 설치돼 있다며 "다른 지방법원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다음 국감 전까지 꼭 만들길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건배 수원지방법원장에게 "센터가 법원 내에 있어 접근성이 어렵다고 느껴진다.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 가족은 센터와 7km 거리에 살고 있었다"며 "센터를 적극 홍보하고 주민센터 공무원을 모아 오리엔테이션 한 번만 해도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한 번 이용해볼 수 있지 않았겠느냐"라고 물었다. 이 법원장은 "유관 기관에 팸플릿은 설치했지만 (공무원을) 초청하지는 못했다. 생각해보겠다"라고 답했다.
이밖에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사건 관계자 인권 보장을 위해 증거의 적법성을 법원이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의원은 "여야를 떠나 과거부터 특수부의 잘못된 수사기법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회유·압박을 하는 사례가 검찰이 성과 목적을 가진 사건에서 특히 나타나고 있다. 법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성 법원장은 "원론적 차원에서 공감한다"며 "불법하게 수집된 증거능력은 재판부에서 엄정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ilrao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