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경찰이 21일 경찰의날 77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제2의 창경'이라 불리며 조직 시스템에 변화가 있었으나, 올해 들어 경찰국 신설과 '검수완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에 이어 '검수완복'(검찰 수사권 확대 시행령) 여파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8월2일 3과 16명 규모의 경찰국을 신설하고, 국장으로 김순호 치안감을 임명했다. 경찰 관련 중요정책과 법령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임용제청권,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 안건 부의 등 업무를 수행한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경찰국 신설 전부터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터져 나왔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흑역사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991년 내무부(현 행안부) 치안본부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했는데, 경찰국 신설로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종결권을 가지면서 경찰의 위상이 달라졌으나, 올해 현 야권 주도로 시행된 검수완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과 정부여당 주도로 시행된 검수완복(검찰 수사권 확대 시행령) 정국에서 경찰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분위기 역시 지난 2020년과 지난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경찰의날'을 맞아 내놓은 메시지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2020년 "경찰의 노고를 결코 잊지 않고 합당한 처우를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찰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헌정사상 첫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첫 경찰의날을 맞아 내놓는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장에서 경찰은 홀대하고 검찰만 우대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을 고려한 실질적인 메세지를 밝힐지 주목된다.
현장 경찰관들은 현실에 아쉬움이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총경은 "경찰국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법률적으로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경찰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며 나오는 복수직급제나 공안직 등 처우개선 사항은 이미 이뤄졌어야 하는 것"이라며 "경찰만 특별히 우대해달라는 것이 아닌데 생색만 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방청 계장급인 한 경정은 "인력을 증원해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매일 사건이 터지는 데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건 건수를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많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경찰국을 설치하면서 처우 개선책을 내놓았는데 직원 중에 이를 믿은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거의 기대하지 않았다"며 "실행하고자 했으면 이렇게 중요한 시기인 올해 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한 경사는 "올해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고 오는 2024년에는 대공수사권이 국가정보원에서 이관되는데 이에 대비한 인프라를 잘 구축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복수직급제나 공안직화,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 등이 사실상 진행되지 않고 오히려 퇴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대한 언급을 이번 경찰의날에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관심을 두고 경찰 조직에 중요한 국가수사본부 독립성 확보와 자치경찰 이원화 등에 대한 거대 담론 입장을 밝히며, 세부적으로는 인력 확충을 비롯해 부서 간 인력 조정 등에 적극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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