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이현 기자] 경기도 김포시 한 요양원에 어머니를 모신 최모(49) 씨는 주말 동안 가슴을 졸였다. 일상 생활이 바쁜 탓에 매주 토요일 어머니와 영상통화(페이스톡)를 하는데 카카오톡이 먹통이 됐다. 이후 '카카오 대란' 기사를 접한 최 씨는 어머니와 음성통화로 대체했지만, 맘이 편치 않았다.
다른 치매요양원에서도 주말 동안 업무가 멈췄다. 노나경 알프스하동 치매요양원 사무국장은 "전체 직원들이 급하게 공유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단체로 전달이 안 되다보니 일일이 전화하고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보호자와 소통이 잘 안 됐고, 영상통화 역시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톡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멈추자 크고 작은 불편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영업을 하는 이들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업이 '위협' 받은 경험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이동을 책임지는 카카오T의 경우 승객과 기사 모두 불만이 컸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김모(31) 씨는 "토요일 밤늦게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는 데 1시간은 소비한 듯하다"며 "카카오택시, 지도앱 둘 다 작동이 안 되는 상황에서 도로에 승객만 줄지어 있으니 난감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법인택시를 모는 정의남(58) 씨는 "토요일 오후부터 내비게이션이 안 되니까 부랴부랴 티맵을 깔고, 퇴근 때까지 '길빵'(길에서 손님 태우는 행위)만 했다"며 "일요일엔 사납금을 못 맞추느니 차라리 쉬자는 생각으로 출근을 안 했다"고 했다.
14년째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윤모(62) 씨는 "주말에 손님이 더 많이 몰리는데, 하루 반을 완전히 날렸다"며 "주변 기사들은 10만원만 찍고 들어간 경우가 많다. 평소 하루 매출의 3분의 1 혹은 반토막이 났는데, 서비스 하나 멈췄다고 이런 상황이 오는 게 참담하다"고 강조했다.
교통약자의 경우 택시 이용이 더 제한적이었다. 김종현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은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손님들은 아파트 단지나 집 앞까지 택시를 불러 이용했는데 그런콜을 받지 못했다. 지자체에서 장애인 전용 택시를 예약제로 운영하지만,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분명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34) 씨는 "예약 앱이 연동돼 카카오 알림톡으로 가는데, 손님이 먼저 전화가 와 예약확인을 묻길래 카카오가 멈춘 걸 알았다"며 "일일이 문자와 전화로 다시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식음료를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이 채널 접속 자체가 불가능해 주문 등 진행상황을 확인 못 했다거나, 필요한 자료가 카카오톡에 저장돼 있어 업무가 마비됐다고 토로하는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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