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인물들을 연이어 조사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감사원이 국가안보실,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 해경 등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향후 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지난 13일 서 전 장관에 이어 다음날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했을 당시 국방부, 해양경찰청 등이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내린 경위를 수사 중이다. 해경은 문재인 정부 당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으나 정권교체 이후인 지난 6월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서해 공무원 사건으로 장관급 인사가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서 전 장관이 처음이다. 이씨의 유족은 서 전 장관이 이씨가 표류로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 7월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검찰에 서 전 장관 등을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8월16일 서 전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2개월여 만에 불러 조사했다. 수사팀은 서 전 장관에게 자료 삭제에 관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곧바로 다음날 당시 사건을 수사한 해경 총책임자 김홍희 전 청장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에 대한 조사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청와대 안보라인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까지 나오면서 윗선을 향한 수사는 더욱 탄력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감사원은 14일 대검에 박 전 원장과 서 전 실장 등 문재인 정부 인사 20명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안보실이 2020년 9월22일 오후 5시18분께 이씨가 북한군에 발견됐다는 정황을 국방부에서 전달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안보실 간부들은 퇴근하는 등 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방부도 군사대비태세 강화나 군사작전 검토 등을 하지 않고 통일부에 대응을 미뤘던 것으로 조사됐다. 통일부는 당일 오후 6시경 국정원에서 발견정황을 최초 전달받은 후 상황을 파악했지만 송환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해경도 구조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국방부는 9월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가 끝난 뒤 장관 지시에 따라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 있는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삭제했다는 게 감사원의 입장이다. 월북 가능성이 작다거나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국방부와 국정원 보고를 근거로 안보실이 국방부에 종합분석 결과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국방부는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언론에 발표했다. 이씨의 월북을 단정할 수 없는데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으로 속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보실이 자진 월북으로 일관되게 대응하도록 방침을 내렸다고 본다.
해경의 경우 정확한 조사 없이 '월북 판단'을 내렸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채무정보 등 이씨의 사생활 정보를 공개했으며 표류예측 신뢰를 높이고자 더미실험, 수영실험의 분석결과를 왜곡해 월북 결론에 힘을 실었다고 조사했다.
감사원의 대대적인 고발로 검찰 수사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에 필요한 증거 자료로 사실상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방부 발표에 '재분석 지시'를 내렸다고 명시해 윗선 수사 여지도 남겨뒀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이 변호사는 "대통령의 통치행위에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인정해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로 보지 않는 판례가 있다"며 "감사원의 감사에서 이어진 검찰 수사로 이같은 재량권이 과도하게 줄어들 수 있다. 공무원의 적극 행정을 매우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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