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주현웅 기자·조소현 인턴 기자] #1. 카페 아르바이트생 오혜진(24) 씨는 매장에 아이돌 노래를 틀었다는 이유로 한 살 위 선배에게 핀잔을 들었다. 선배는 "카페에선 팝송을 틀어야 한다"며 '센스'를 강조했다. 오 씨는 "사장님이야 나이가 많아 최신곡을 싫어할 수 있지만, 비슷한 세대인 선배마저 같은 모습을 보여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2. 신입사원 신유빈(27) 씨는 1년 선배한테 서러운 일을 겪었다. 회의실의 전자기기 연결 방법을 묻자 '인턴 안 해봤냐', '기본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신 씨는 "한 번 알려주면 될 일인데 굳이 꼭 나쁘게 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3. 음식점 매니저였던 김병덕(27) 씨는 30대 초반 상사의 잦은 폭언으로 한 달 만에 일을 관뒀다. 김 씨는 "상사가 본인을 형이라고 부르라고 강요했다"며 "욕설을 하면서도 '형이 너 잘되라고 필요악을 자처한다', '군기가 있어야 일이 잘된다'는 등의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토로했다.
요즘 2030세대에서는 기성세대만을 '꼰대'로 일컫진 않는다. '젊꼰'(젊은 꼰대)이라는 단어가 유행일 만큼 꼰대는 나이를 불문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통상적으로 꼰대는 자기 경험을 일반화해 다른 사람에 강요하는 일부 기성세대의 태도를 비꼬는 말로 사용된다. 젊은 꼰대도 이런 특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공감 못하고 비하하며 불필요한 훈계를 반복한다고 한다.
같은 또래인데다 쌓은 경험도 비슷한데 왜 젊은 꼰대가 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열등감', '우월감', '인정욕구' 등 요인은 복합적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꼰대질' 역시 일종의 갑질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나이와 무관하게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꼰대로 비치는 행동의 기저에는 비교우월감에 대한 욕구가 깔려 있다"며 "비교우월감은 열등감에서 비롯되는데, 그런 점에서 꼰대 본인도 실은 열등감 때문에 불안한 심리가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권력욕구' 역시 꼰대 같은 태도를 유발한다고 한다.
임 교수는 "권력욕이 너무 커도 공감 능력이 상실해 꼰대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며 "자기 욕구에만 집중하다 보니 상대방의 관점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꼰대는 기성세대 꼰대보다 오히려 거친 모습을 보인다는 특징도 보인다. 이는 같은 꼰대라도 기성세대보다 젊은 꼰대가 사회 경험이 적고 마음의 여유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기성세대의 꼰대들은 그나마 의견을 거절당하는 등의 일이 발생할 때 최소한은 수용하는 여유가 있다"며 "반면 젊은 꼰대는 얼마 차이 안 나는 연령, 직위 등으로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위압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지혜 서울심리상담센터 심리상담가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인정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꼰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인정욕구는 너무 없어도 문제지만 과하면 더 큰 문제"라며 "그 잘못된 예가 젊은 꼰대"라고 말했다.
또 "산책하다 보면 진돗개, 시베리아 허스키와 같이 큰 개들이 덜 짖고 말티즈, 치와와 같은 작은 강아지들이 엄청 짖는다"며 "중간 리더급 되는 사람들이 후배에게 금방 따라 잡힐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면 그걸 감추기 위해 위압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책 '젊은 꼰대가 온다'의 이민영 작가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삶의 여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작가는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도 지능"이라며 "공감능력을 키우려면 먼저 본인의 삶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운동을 하거나 명상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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