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20년 경력' 베테랑 경찰이 수사를 검증·평가하겠다며 수사심사관제도가 도입됐으나, 평균 경력은 16.1년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체로 실무자인 일선서 수사·형사과장보다 계급이 낮을 뿐만 아니라 경력으로 따져도 후배급인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7월) 기준 전국 일선 경찰서 등에는 수사심사관 710명이 배치돼있다. 이들의 계급은 경감이 519명(73%)으로 제일 많고 이어 경위 123명(17.3%), 경정 68명(9.6%)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자 수사를 검증·평가하기 위해, 전국에 수사·영장심사관을 도입했다. 인권 침해 우려가 있는 수사나 무리한 영장 신청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9년 8월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던 것을 확대했다.
지난 2020년 수사심사관·영장심사관은 각각 319명과 217명이 도입됐고, 지난해 수사심사관으로 통합 운영해 683명으로 증원됐다. 올해 710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계급은 대부분 경감으로 실무를 담당하는 수사·형사과장(경정)보다 낮고, 연차도 후배 비율이 높다.
올해 7월까지 기준 시·도경찰청별 수사심사관 계급을 보면 서울 132명 중 92명이 경감급이다. 뒤이어 경위 21명, 경정 19명이다. 경기남부는 119명 중 경위 16명, 경감 92명, 경정 11명이며 부산은 51명 중 경위 2명, 경감 44명, 경정이 19명이다. 세종과 강원, 경북은 경정급이 0명이다.
반면 올해 8월 인사 기준 전국 일선서 수사·형사과장 466명 중 77.7%인 362명이 경정급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청 소속 경찰서 수사·형사과장의 경우 88명 '전원'이 경정급이다. 부산·대구·대전·울산·세종경찰청 역시 수사·형사과장 전원이 경정급이다.
세부적으로 전국 일선서 수사과장 290명 중 68.3%인 198명이 경정급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경우 47명 전원이 경정급이다. 경기남부 역시 36명 중 80.6%인 29명이 경정급이다. 다만 강원·전남·경북은 경정급보다 경감급 수사과장이 더 많다.
형사과장 역시 176명 중 12명만 경감급으로 대다수 경정급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와 경북, 경남을 제외한 모든 시·도청 소속 경찰서 형사과장이 경정급이다. 수사심사관은 올해 8월 인사에서 거의 영향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경정급 업무를 경감급이 평가하는 구조다.
시범운영 당시 20년 경력을 강조했으나, 수사심사관 710명 평균 경력은 '16.1년'이며 15~20년이 제일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15~20년이 225명(31.7%), 20년 이상 213명, 10~15년 133명이다. 5년 미만은 34명이다. 다만 34명 중 21명이 변호사 자격증 소유자다.
서울의 경우 20년 이상 경력은 132명 중 32명(24.2%)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15~20년이 41명(31%)으로 제일 많고, 10~15년이 31명, 5~10년이 17년, 11명은 5년 미만 경력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경기남북부·강원·경북을 제외하고 15~20년이 제일 많다.
전국 수사·형사과장 평균 경력은 올해 8월 인사 기준 각각 '18.4년'과 '19.1년'으로 파악됐다. 20년 이상이 210명(45%)으로 제일 많고, 15~20년 120명, 10~15년 76명, 5~10년 58명, 5년 미만이 2명이다. 서울은 15~20년 30명, 20년 이상 23명, 5~10년 18명, 10~15년 16명 순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원 확보 과정에서 경정 인력이 부족해 70%가량이 경감급으로 배치됐고, 일부는 수사·형사·여청지원팀을 통합 운영하는 일선 경찰서에서 과장 역할도 한다"며 "도입 당시에도 경정·경감 인력 충원을 요청했으나 행정안전부 단계에서 일부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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