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피고인이 피해자가 검찰과 연결돼 부당한 취재활동을 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고, 따라서 비록 피고인이 허위 사실을 드러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가 스스로 명예훼손적인 표현을 당할 수 있는 위험을 자초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이른바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받은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허위 내용을 유포한 사실이 인정됐음에도 무죄를 선고받은 이유는 "부당 취재를 의심할 만했기 때문"이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태균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의원에게 4일 무죄를 선고했다.
최 의원은 2020년 4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이동재 기자 발언 요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 의원은 이 게시글을 통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이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 "검찰에 고소할 사람은 우리가 미리 준비해뒀다", "우리는 지체 없이 유시민의 집과 가족을 털고 이사장을 맡고 있는 노무현재단도 압수 수색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과 언론의 총선기획, 이게 바로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달에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었다.
법원은 최 의원의 게시글이 허위 사실이라고 봤다. 문제의 게시글은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보낸 편지 내용 일부를 인용한 형식인데, 실제 이 전 기자의 편지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게시글 첫 문장과 제목을 통해 피해자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 등에서 발언한 내용 요지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임을 나타냈다. 하지만 피해자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러한 언급을 한 내용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에 자신의 게시글과 같은 발언이 포함돼 있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진술을 통해 허위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평균적인 독자의 관점에서도 게시글에 사용된 표현이 단지 피고인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원은 최 의원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지 않았다. 명예훼손죄 성립 요건 가운데 하나인 '비방 목적'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 전 기자가 검찰과 연결돼 부당한 취재 활동을 했다고 의심할 만했고, 최 의원으로서는 이 전 기자를 비방하기보다 이 같은 사실을 검증하기 위해 게시글을 올렸다는 판단이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수감된 이 전 대표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 이 전 대표와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유 전 이사장에게 돈을 준 사실 등을 제보해주면 검찰에 주선해 선처를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취지의 회유와 압박을 했다.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을 만나서도 검찰 고위 간부와의 관계를 강조하고 간부와의 대화가 녹음된 파일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 전 기자는 이에 대해 "이 전 대표에게 수사 상황을 언급한 건 일반적인 전망이거나 허세를 부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전 기자와 접촉한 간부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목됐는데, 이에 대해서도 "녹음 파일은 어느 법조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녹음한 것으로 한 장관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라고 진술했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 최 의원이 이 전 기자의 취재에 의혹을 제기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 전 대표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고 대리인을 만나 유 전 이사장 등에 대한 비위를 제보하면 검찰을 통해 선처를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자가 검찰과 연결돼 위법한 취재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비판과 검증을 할 필요가 있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가 검찰과 연결돼 부당한 취재활동을 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고, 따라서 비록 피고인이 허위 사실을 드러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가 스스로 명예훼손적인 표현을 당할 수 있는 위험을 자초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주된 동기는 피해자를 비방하는 데 있기보다 피해자가 취재를 빌미로 검찰과 연결돼 이 전 대표로부터 부당한 방법으로 비위를 제보받고 당시 임박했던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인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는 데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무죄 판결 뒤 "불법적인 취재, 검찰과 언론의 결탁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공소사실상 피해자인 이 전 기자 측은 "최 의원의 허위사실 적시와 여론 몰이로 명예가 훼손되고 부당하게 구속 수감까지 되는 등 고초를 겪었는데 비방 목적에 대한 증명이 없었다는 판단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라고 반발했다. 이 전 기자는 이 전 대표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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