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버스정류장에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그림을 설치했다 철회한 데 이어 두 번째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역사 문화 행사에서 일본 순사 옷 등을 대여해 주는 체험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었던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중구 정동 일대에서 '2022 정동야행' 행사를 3년 만에 진행했다. 근대문화의 중심지인 정동에서 야간에 개방된 대사관과 박물관 등을 구경하고 각종 공연과 체험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 행사다.
그런데 체험 프로그램 중 개화기 의상과 한복을 유료로 대여해 주는 '정동환복소'가 논란이 됐다. 대여 의상 중 일왕 제복, 일본 순사 옷 등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제 헌병·일본 천황 복장을 2만 원에 빌려준다'고 적힌 환복소 안내문 내용이 공유되기도 했다. 해당 내용이 빠르게 공유되며 우리나라 역사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일제를 연상하는 일본 복장을 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행사 장소인 덕수궁은 과거 1905년 나라의 주권을 일본에 빼앗긴 '을사늑약'이 체결된 곳이기에 더 적절치 않았다는 여론도 잇따랐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정동환복소를 운영하는 업체가 사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의상을 임의로 전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행사장 내 관리 감독이 일부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업체의 계약 위반 사항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친일 잔치로 서울의 역사에 일본의 색깔을 입히려는 것이냐"며 책임을 물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광화문광장의 변천 과정을 담은 포스터에 조선총독부 건물과 일장기가 연상되는 붉은 원이 포함돼 논란이 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라며 "시민이 낸 세금을 친일 잔치를 위해 쓰고 있다면 오 시장은 친일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새로 단장한 광화문광장 버스정류장에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그림을 설치해 논란이 일었다. 그림에는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조선총독부 건물의 모습도 그려졌다. 당시 서울시는 의도가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그림을 철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