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피해자 답지않다" 무죄…대법원서 뒤집혀


대법 "'피해자다움' 어긋났다고 진술 부정 안 돼"

성폭력 피해자의 사건 당시 태도 등을 이유로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더팩트 DB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성폭력 피해자의 사건 당시 태도 등을 이유로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70)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채팅어플에서 만난 B(30) 씨를 모텔에 데려가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으나 2심은 무죄로 뒤집었다. B씨의 진술이 모순되고 사건 당시와 이후 태도가 의심스럽다는 이유였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지능지수가 72에 그치지만 학력이나 언어·추론능력이 보통 성인보다 떨어지지 않아 일반적인 성폭력 피해자와 다른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처음 알게된 채팅어플에서 15살 이상 차이가 나면 대화가 불가능하자 63세로 계정을 바꿔 연락을 시도했고 별다른 거부 없이 모텔을 따라가는 등 강제추행 피해자로서 수긍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고도 지적했다. 모텔에서 나오기 전 A씨의 얼굴에 묻은 화장품 등을 닦아주거나 사건 당시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사실 등도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원심이 보통 성폭력 피해자라면 마땅히 보여야 할 반응을 상정해두고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을 부정했다며 파기환송했다.

B씨는 어플에서 나이를 높여 대화를 시도하기는 했지만 A씨가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상의하라. 좋은 관계로 서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등 먼저 만남을 제안한 상황도 작용했다. 모텔에 따라가기는 했지만 A씨가 날씨가 춥고 아무 것도 하지않겠다고 설득해 응했다는 B씨의 진술이 납득할 만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B씨는 다음날 친구에게 성폭력을 당해 괴롭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극단적 선택 시도까지 하기도 했다. A씨 얼굴의 화장품을 닦아준 이유로 '남들이 원조교제로 오해할까봐 그랬다'는 B씨의 진술이 이해할 측면이 있다고 봤다. B씨가 이같이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상황을 숨기지 않고 진술한 점도 신빙성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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