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직전' 지방대…정원 줄여 지원금 받으라는 정부


전체 감축 인원의 88%가 지방대…“근본적 균형발전 정책 필요”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입학정원을 1만6000명가량 줄이기로 한 가운데 감축 인원 대부분이 비수도권 대학에 집중되면서 ‘지방대 죽이기’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방대학 총장들이 지난 7월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반도체 인력 양성 관련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지방대학 시대를 일관성 있게 실천하라는 피켓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뉴시스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감축하기로 한 대학 입학정원 1만6000명 대부분이 비수도권 대학에 몰리면서 ‘지방대 고사’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전국 96개 대학 입학정원을 1만6197명 줄인다. 이 중 비수도권 대학 74개교가 1만4244명을 감축해 전체 인원의 88%를 차지한다.

반면 수도권 대학은 22개교에서 1953명을 감축한다. 서울 지역은 입학 정원을 감축하는 일반대가 6곳 뿐이다. 지난해 수도권대 입학인원은 19만66명으로 전체 대학 입학 인원의 40.2%를 차지하지만 감축 인원은 상대적으로 적다.

교육부는 대학의 적정규모화에 따라 지원금을 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력 양성에 따라 대학의 규제를 풀면서 수도권대과 지방대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방대 총장은 "수도권 대학과 경쟁이 어렵고 등록금 재정도 악화된 붕괴 직전 상황에서 입학 정원이라도 줄여 지원금이라도 받아서 버텨보자는 것"이라면서 "현재 밑빠진 독에 물만 붓는 격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의 근본적인 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유·초·중·고에 사용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에 사용하도록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지방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도교육청과 초중등 교육계는 학생수가 감소했지만 학교, 학급, 교원 수는 늘어 재정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입학정원을 1만6000명가량 줄이기로 한 가운데 감축 인원 대부분이 비수도권 대학에 집중되면서 ‘지방대 죽이기’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한 대학의 강의실. 해당 내용과 관련 없음./뉴시스

현재 늘어난 교육교부금의 원천은 내국세로 경기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따라서 대학 등 고등교육을 지원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어져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지난해 10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표류 중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정부여당은) 일정 부분 기획재정부의 통제권을 벗어난 재정 형태인 교부금에 부정적이고 사립대 재정 지원이 부당하다는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면서도 "지금처럼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그에 적합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의원은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현재 GDP 대비 0.6% 수준인 고등교육 재정지원을 OECD 평균인 1% 수준까지 늘리는 내용이다. 법인세 일부를 활용해 유아교육특별회계법과 같이 한시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대학은 유·초·중·고와 달리 지속적인 심사·평가를 거쳐 사업 예산을 확보한다. 일각에선 대학들이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심사 통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지원 방식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지원 규모와 집행범위를 확대해 대학 간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등교육 재정지원 개편 방안’ 보고서에서 "대학 지원 시 그간의 정부 차별 지원을 해소하고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방대학을 배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지방대는 2021년을 기점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어 전체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경상비 명목의 정부 재정지원을 하되 지방대학을 소폭 더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vividoc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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