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권재찬 "지병에 고통…사형 지나치다"


지인·공범 살해해 유기…"계획 아닌 우발적 살인"

알고 지내던 중년 여성을 살해해 시신을 유기하고, 공범까지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권재찬(사진)이 항소심에서 지병을 앓고 있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인천경찰청 제공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알고 지내던 중년 여성을 살해해 시신을 유기하고, 공범까지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권재찬이 항소심에서 지병을 앓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 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권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무고한 피해자 두 명을 살해한 점은 어떠한 변명도 없다. 현재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현재 레이노드증후군 등 신체적 지병을 앓고 있고,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는 점은 고려하면 (1심의 사형 선고가) 지나치게 중한 것으로 사료된다"라고 설명했다. 레이노드증후군이란 손가락 끝 부분의 조직이 혈액 내 산소부족으로 손상돼 통증을 일으키고 조직 괴사 등을 가져오는 질환을 말한다.

이에 재판부는 심신 미약을 주장하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권 씨 측은 확답을 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까지 심신 미약 관련 입장을 확실히 알려달라고 했다.

검찰 역시 "(1심이) 공소사실 가운데 특수절도미수 혐의에 관해 법리를 오해한 부분이 있다"며 항소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이 선고된 만큼, 범죄 성립에 큰 영향은 없어도 범행 경위 등 세부적인 공소사실까지 자세히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공소장에는 권 씨가 범행 전날부터 피해 여성 A 씨를 살해할 목적을 갖고 접근했다고 나왔지만, 권 씨는 귀가하려는 자신을 A 씨가 '술 한 잔 더 하자'며 붙잡아 동행하던 중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검찰은 권 씨가 A 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시게 했다고 봤지만, 권 씨는 A 씨가 자신의 물을 잘못 마셔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입장이다. 권 씨는 지병 때문에 평소 수면제를 탄 물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공범을 살해한 혐의에 관해서도 검찰은 권 씨가 애초 공범까지 살해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본 반면, 권 씨는 A 씨의 시신을 유기하던 중 돈 문제로 다툼을 하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맞서고 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9일 오후 2시에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을 열어 쟁점사항을 놓고 검찰과 권 씨 측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권 씨는 지난해 12월 인천 미추홀구 한 상가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평소 알고 지낸 50대 여성 A 씨를 폭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승용차 트렁크에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A 씨를 살해한 뒤 1132만 2000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도 파악됐다.

권 씨는 다음날 인천 중구 을왕리 인근 야산에서 공범인 40대 남성을 미리 준비한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남성은 A 씨의 시신을 함께 묻으러 가자는 제안에 권 씨를 따라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을 맡은 인천지법은 권 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된 건 2019년 11월 진주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을 살해한 안인득 사건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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