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공군 내 성폭력과 2차 가해로 숨진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 8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이 중사가 성폭력 2차가해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파악했다. 전익수 실장은 "끼워맞추기 기소"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10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한 특검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전 실장을 비롯해 성폭력 가해자 장모 중사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녹음파일 조작 의혹을 받는 변호사를 구속기소하는 등 총 8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6월5일 수사 개시 후 164명을 조사하고, 18회에 걸쳐 압수수색을 하는 등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한 결과 이 중사의 사망 전 2차가해와 군 검사의 직무유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심리부검 결과를 분석한 특검은 이 중사가 강제추행 직후 극단적 선택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2차가해를 경험하면서 좌절감과 무력감이 심해져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했다.
특검팀은 부실수사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전 실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 수사에 따르면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자신을 수사 중인 군 검사에게 전화해 '구속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했다. 계급 및 지위에 따른 위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가해자 장 중사에 대해선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3월경 장 중사가 다른 군인들이게 '이 중사를 추행하지 않았는데 거짓으로 고소당했다'는 취지로 허위사실을 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당시 공군본부의 공보를 담당했던 장교 A씨에 대해선 사자명예훼손과 명예훼손,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불구속기소 했다. A씨는 이 중사 사건으로 공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던 지난해 6월 '이 중사가 강제추행이 아닌 부부 사이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허위 내용을 기자 3명에게 전달했다. 특검팀은 이 중사와 남편의 대화가 담긴 블랙박스와 상담일지, 관련자 진술 등을 분석한 결과 부부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A씨는 이 중사가 강제추행을 당한 직후 선배 부사관과 통화한 녹음 파일 2개를 기자에게 넘긴 혐의도 있다.
이 중사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20비행단 군 검사 B씨에 대해선 직무유기와 성폭력범죄특례법상 비밀준수, 허위보고, 무단이탈 혐의 등을 적용했다. 특검팀은 B씨가 이 중사의 심리 상태와 2차 가해 정황을 알았는데도 수사를 방임하고, 휴가를 이유로 조사 일정을 지연시키는 등 직무유기를 했다고 봤다.
이 중사의 직속 상급자인 20비행단 대대장, 중대장도 기소됐다. 대대장은 피해자 가해자 분리를 지연시키고, 이 중사에 대한 회유 시도를 알고도 징계요구를 방임한 혐의를 받는다. 중대장은 이 중사가 전입하려는 다른 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려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있다. 전 실장에게 수용정보나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적사항, 심문내용을 전달한 국방부 군사법원 군무원 C씨도 공무상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국방부 및 국가인권위원회에서 5만쪽에 달하는 기록을 인계받았다. 100일간 공군본부와 국방부 검찰단, 군사법원, 장 중사가 사건 직후 선임한 법무법인, 관련자 주거지 및 사무실, 금융거래내역, 이메일 등을 압수수색 했다. 특검팀은 "기존 국방부 수사 내용 및 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면서 피해자의 사망과 관련된 불법행위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총력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조작된 녹취파일을 군인권센터에 넘긴 공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 D씨는 구속기소됐다. 특검팀은 "진정성과 신빙성 확인을 위해 음성분석 등 과학수사와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오히려 자료들이 모두 위조된 사실이 확인됐고, D씨가 법무관 시절 받은 징계로 품게 된 전 실장에 대한 사적 앙심이 범행의 동기였다"고 강조했다.
안미영 특검은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증거주의에 따르며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했다. 철저한 공소유지로 피고인들 각자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두려움과 고통을 외면하고 설 자리마저 주지 않는 군대 내 그릇된 문화와 낡은 관행이 개선되고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특검 수사결과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끼워맞추기 식으로 법무실장과 군 관게자들을 기소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특검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기소에 매우 유감을 표하며 허위 녹취록으로 그간 억울한 공격을 당해 온 법무실장과 군을 흔드는 일이다. 끝까지 무죄를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군검사에게 위력을 행사했다는 특검의 판단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 실장은 "'내가 군무원에게 지시한 사실이 없는데 왜 구속영장에 내가 지시한 것으로 기재됐나'라고 물어본 것에 불과하다. 사실이 아닌 내용에 항의했던 것이고, 당시 군검사는 육군 소속으로 상하관계에 있지도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성추행을 당한 뒤 신고했지만 회유와 협박,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같은 해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건을 수사한 국방부는 총 15명을 기소했지만, 지휘부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을 내려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