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인구절벽'…한동훈의 화두 '이민청' 주목


"적극적 이민정책 펼쳐야…국민 공감대 형성 필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월17일 취임하면서 이민청 설립을 언급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꺼낸 화두 '이민청'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 인구는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인구절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이민정책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무부는 올 하반기부터 이민청 설립을 위한 공론화에 돌입했는데 국민 여론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법무부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8만1350명이다. 2012년 145만명부터 2019년 252만명으로 꾸준히 증가세였지만 코로나19로 지난해 196만명까지 줄어들었다. 올해부터 200만명대에 재진입하면서 회복세에 들어섰다.

국내 총인구수는 줄어드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한국 인구현황 및 전망 자료에 따르면 79억7000만명인 세계 인구는 2070년 103억명으로 증가하지만 한국 인구는 5200만명에서 38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기준 0.6%에서 2070년 0.4%로 감소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기준 세계 출산율은 2.32명이지만 한국의 출산율은 0.81명이다. 1970년 4.53명에 비해 82.2%가 감소한 수치로 홍콩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 중이다. 고령인구의 비중은 올해 17.5% 수준에서 2070년 46.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12년 73.4%로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감소해 2070년에는 46.1%로 대폭 줄어들 예정이다. 국가 경제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해외 우수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이들을 국내에 정착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한동훈 장관이 구상한 이민청에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와 외교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각 부처에 산재한 이민 관련 정책을 하나의 컨트롤타워로 통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동훈 장관은 취임 직후 '이민정책을 수준높게 추진해나갈 체제'로서 이민청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 이민정책연구원과 함께 이민청 설립 방향을 제안하는 '이민청 톺아보기'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문병기 한국이민정책학회장은 생산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민청 설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생산인구가 줄어들면서 잠재성장률도 하락하고, 임금상승이나 물가상승 등 전방위적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감소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적정한 규모의 이민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민 관련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인 이민청 설립 논의를 올해 하반기 내에 적극 공론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선화 기자

법무부는 이민청 설립을 올해 하반기 내에 적극 공론화한다는 계획이다. 순혈주의를 넘어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해외 인재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민청 신설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국민정서의 벽에 번번이 부딪혔다. 국민들에게 이민정책의 필요성을 적극 설명해고, 체계적인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재원 이민출입국변호사회장은 <더팩트>에 "이민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계속 있었다. 우수한 인재 정착 지원과 필요한 부분에 인력을 보충한다는 관점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우리나라가 단일민족이라는 정서도 남아있고, '특정 국가나 문화권의 외국인들만 들어오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도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설득이 더 필요한 단계일 수 있다. 이민정책을 세분화시키고, 전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이민정책에 신경쓰는 추세다. 이제 국경의 의미가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에 우리도 개방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이민청) 설립 전까지 국민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추진에 무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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