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이현 기자] 4·16 세월호참사의 원인과 진상, 안전사회를 위한 권고안을 담은 종합보고서가 발간됐다. 독립적 국가조사기구가 세월호 참사 이후 8년 만에 펴낸 최초의 조사보고서다.
참사 당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국가 시스템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담아냈지만, 유족들이 기다려 온 '침몰 원인' 등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점은 숙제로 남게 됐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10일 세월호 참사 전후 벌어진 국가폭력을 기록한 보고서 발간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2015년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로 시작해 선조위(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로 이어진 뒤 사참위가 3년6개월간 '세월호 참사'를 들여다봤다.
사참위 종합보고서는 322페이지 분량으로 세월호가 어떻게 침몰했는지, 참사 이후 정부의 대응,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 등을 자세하게 담았다. 특히 2장 '세월호 침몰의 재구성' 부분에선 각종 가설을 검증하고 시간대별로 배의 상황을 정리했다.
쟁점이었던 세월호 침몰 원인은 다소 모호하게 명시됐다. 4년 전 선조위는 '열린안'(잠수함 충돌설)과 '내인설'(과적 운항 등) 두 가지를 침몰 원인으로 병기했다. 이후 사참위 진상규명국은 외력설 입증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했지만, 전원위원회와 이견이 계속돼왔다.
보고서에는 "사참위 조사 결과가 외력 충돌 외의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으며, 외력이 침몰의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부속서에서는 "세월호 선체 외부 변형‧손상의 원인은 수중체 접촉에 의한 외부충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외력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사참위는 외력설을 기각하는 대한조선학회의,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의 모형실험 결과를 부록으로 넣었다. 다만 해당 의견(외력설 기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조사국의 반박 의견도 함께 실렸다.
결국 문장 해석은 독자의 몫이 됐다. 박상은 전 특조위 조사관은 지난 2일 국회 토론회에서 "사참위는 외력설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냈지만 자신있게 복원성 문제가 근본 원인이라고 밝히지도 못했다"며 "모호한 메시지가 다른 조사 성과들마저 주목받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참사 당시 청와대와 해경의 미흡한 대응도 상세히 기록됐다. 최초 신고를 받은 119는 해경에 상황을 전달했지만, 해경은 구조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았다. 심지어 청와대는 보고체계가 아닌 뉴스를 보고 사고를 알았다.
무엇을 해야할지 기본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채 구조본부는 현장에 출동했다. 복원성이 취약해 당초 안전하지 못한 배가 출항했고, 재난 상황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초동 대처까지 미흡했다는 게 사참위뿐 아니라 지난 8년간 모든 조사위의 결론이다.
특히 정부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방해 공작을 벌였다. 국가정보원 등을 활용해 유가족을 사찰했고, 특조위를 무력화해 진상규명을 탄압했다. 유가족을 '불순 세력'(좌파 세력)으로 분류해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사참위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로 보고서를 마무리하며 권고안을 제시했다. 정부의 공식 사과, 피해자 사찰 및 세월호특조위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한 조사 및 감사 실시,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개선 등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관련 단체는 실망감을 내비쳤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참사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 진상규명 등을 언급한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광범위하게 자행된 국가폭력의 실체를 확인했으나 그 전모를 추적하고 밝혀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직 처벌받지 않은 해경과 수사정보기구, 그리고 국가 재난컨트롤타워 관련자들에게 행정적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침몰 원인에 대한 토론과 과학적 검증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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