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이현·안정호·주현웅 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고향으로 향하는 시민들은 기차역과 버스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통시장엔 추석 장보기를 위해 사람들이 붐볐지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거리두기 없는 추석은 3년 만이다.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귀성객들과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양손에 선물 박스를 들거나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터미널 안에 있는 카페와 식당엔 줄지어 음식을 기다리기도 했다.
대합실에서 만난 대학생 윤혜경(24) 씨는 "지난 설날 땐 코로나도 있고, 취업준비로 바빠서 못 내려갔는데 이번엔 내려가기로 했다"며 "다른 친척들도 모인다고 하니 오랜만에 다 볼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부산행 버스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40대 김모 씨는 "추석 연휴가 좀 짧다보니 하루 연차를 내고 다녀올 계획"이라며 "태풍 때문에 걱정했는데 (본가에) 피해가 없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기차역을 찾은 시민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이날 서울역 KTX 열차는 대부분 매진 상태였다.
광주로 향하는 성재완(38) 씨는 "아버지가 은퇴를 하셔서 거의 15년 만에 온 가족이 모이기로 했다"며 "저도 최근 승진을 했는데, 직접 만나 다 같이 축하하는 자리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차를 내고 고향인 경북 안동에 가는 정모(37) 씨는 "가족들 보는 거야 당연히 좋지만 아이는 언제 가질 거냐는 등의 질문들이 줄줄이 나올 것 같아서 걱정"이라며 "잔소리할 거면 살림에 보탤 돈이라도 주면서 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용산역에서 3살 딸과 함께 KTX를 타고 전남 나주로 가는 김아리(38) 씨는 "기차 예약이 지난번보다 어렵게 느껴졌다"며 "이번 명절부터 기차나 버스에서 음식을 먹어도 된다고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차 안에서는 음식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석맞이가 한창인 전통시장에도 발걸음이 이어졌다. 주로 정육점과 과일가게, 전을 구워서 파는 반찬가게 등에 사람이 몰렸지만, 치솟은 물가에 상인과 손님 모두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서 오색꼬치전과 잡채를 구매한 60대 윤모 씨는 "이것저것 사서 직접 하려니까 너무 비싸기도 하고 손도 많이 간다"며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음식은 하고, 다른 건 시장이나 마트에서 싸게 팔 때 미리미리 샀다"고 말했다.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모듬전을 파는 박모(71) 씨는 "지난해에 비해 손님이 없다"며 "물가가 엄청나게 올라서 그런 거 같다. 작년에 만 원에 20개를 주던 것이 올해는 15개만 줄 수 있는데, 비싸다고 생각하니 갈수록 손님이 줄고 있다"고 걱정했다.
코로나 선별진료소는 다소 한산했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만2646명으로 집계됐다. 목요일 기준으로는 7주 만에 가장 적은 것으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서울 25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는 정상 운영된다.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나이가 많으신 고위험군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시지만 젊은 층의 경우 명절 연휴로 인해 검사 인원이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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