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안정호 기자] 대학들이 2학기에 들어서며 물가 상승을 이유로 학생식당의 가격을 올리는 가운데 학생들은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와 한국외국어대는 2학기부터 학생식당의 가격을 인상했다.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가성비 식사'를 대표했던 학생식당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학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고려대는 오는 19일부터 기존 5000원인 기본 메뉴를 1000원 인상한다. 고려대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40% 가까이 식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학생회, 식당 운영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인상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학기가 시작하는 지난 1일부터 3000~3500원이었던 기본 메뉴를 500원씩 인상했다. 이외에도 김밥과 라면은 기존 1800원에서 300원씩 인상하고 공깃밥은 기존 500원에서 700원으로 200원 올렸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최근 식재료 가격의 급격한 인상에 따라 학생식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음식의 개선과 유지를 위해 부득이하게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며 "최근 학생들에게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대신 메뉴 다양화 등 다양한 학생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물가 고공행진 속 학생식당의 가격 인상까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외대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직접 마련하는 학생 입장에선 500원 올라 앞자리 숫자가 바뀐 금액의 학식이 주는 부담은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전대넷)가 진행한 ‘2022 전국 대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50%에 가까운 학생들이 식비 지출이 가장 부담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에 전국 20여개 대학 학생회가 모인 전대넷은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더 이상 가성비를 생각하며 학식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며 대학의 학식 가격 인상 반대와 정부가 지원하는 ‘천원의 아침밥’ 확대를 촉구했다.
단체는 "학생식당은 대학생의 식비 부담을 줄이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라며 "학생 67%가 3000원대 학식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평균 5500원 수준으로 높게는 7000원까지도 책정돼 있다"고 말하면서 학생식당의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또한 학교도 재정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상황에서 대학과 학생들의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난 2017년부터 시작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점심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주관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아침식사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을 위해 정부와 대학의 부담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단체는 "‘천원의 아침밥’에 대한 학생 만족도는 굉장히 높지만 전국 330개 대학 중 해당 사업을 진행 중인 학교는 10%도 되지 않는다"며 "‘천원의 아침밥’의 수혜 학생을 늘리고 아침뿐만 아니라 점심까지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지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장은 "물가 인상폭이 커지면서 학생식당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총학생회 입장에서도 음식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상안에 타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학생 복지의 일환인 학생식당 가격 안정화를 위해 그에 맞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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