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속이고 튀었다…한국 정부도 절반 책임"


법무부, 론스타 ISDS 판정요지서 공개…"외환은행 매각승인 일부러 지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선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의 판정문 요지서가 6일 공개됐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론스타가 "속이고 튀었다(Cheat and Run)"고 판단했지만 한국 금융당국도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시켰다며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고 봤다.

법무부는 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론스타 ISDS 사건 판정요지서를 공개했다.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할 때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늦춰 손해를 봤다며 약 6조원을 배상하라는 ISDS 소송을 제기했다. ICSID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측 주장 일부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약 2800억원과 이자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을 지난달 31일 내렸다.

중재판정부는 다수 의견으로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점을 비춰보면 단순히 '먹고 튀었다(Eat and Run)'를 넘어 '속이고 튀었다(Cheat and Run)'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금융당국도 매각승인을 부당하게 보류해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중재판정부는 "금융당국은 매각가격 인하가 이뤄질 때까지 승인 심사를 보류하는 '지켜보기(Wait and See)' 정책을 취했고, 정당한 정책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같은 정책은 정당한 규제 목적이 아닌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매각 가격을 낮추는 것은 금융당국의 권한이 아니지만, 금융당국이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자 낮추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중재판정부는 "가격 인하를 달성할 때까지 승인심사를 보류한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권한을 자의적이고, 악의적으로 행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각가격을 인하하라는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압력은 간접 정황증거로만 확인할 수 있으며 하나금융과 금융위원회 측 증인들이 금융당국의 개입을 일관적으로 부인한다는 이유다. 소수의견을 낸 중재인 1명은 "금융위가 가격 인하 행위를 지시했다는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다. 전문과 추측만으로는 국가책임 귀속을 인정할 수 없다"며 "만약 가격 인하 압력을 금융당국에 귀속시킬 수 있다고 해도 국제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중재판정에 대해 판정 취소 등을 신청할 방침이다. 취소 신청은 판정 이후 120일 이내에 할 수 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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