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소설 '저주토끼'로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가 10년 넘게 시간강사로 일한 학교법인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낸 퇴직금과 수당 청구 소송 1차 변론기일이 31일 열렸다.
서울서부지법 민사3단독 박용근 판사는 이날 오전 정 작가가 학교법인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낸 퇴직금 및 수당 청구 소송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정 작가는 연세대 노어노문학과에서 시간강사로 11년 동안 근무하다 지난해 말 퇴직했다.
정 작가는 5000만원 퇴직금과 각종 수당을 연세대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론에 앞서 정 작가가 소속된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지난 2019년 8월부터 시행된 개정 강사법상 강사는 교원으로서 '교육·지도 및 학문연구'라는 자신의 임무를 다하려면 생활이 안정돼야 하지만, 1주당 5시간 이상을 담당한 강사에게만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교육부 지침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론과 실기 등 교과목의 여러 특성, 신규 개설 강의 여부, 강의 노트 또는 동영상 제작·제공 여부, 토론식 수업 여부, 과제물 부여와 피드백 정도, 수강생 규모와 외국인·장애인 학생 포함 여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 강의 노동시간을 지나치게 짧게 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퇴직금뿐만 아니라 정당한 수당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고도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북부지법에서 시간강사 주휴·연차수당을 인정하는 판결을 언급하며, 교육부와 국회가 전 강사에 퇴직급 지급 및 주휴·연차수당 지급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해 말 고려대에서 1997년부터 2019년까지 시간강사로 일하다 2019년 퇴직한 A씨에게 학교 측이 퇴직금과 연차휴가수당, 주휴수당 등 4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대학 시간강사에게 연차휴가수당과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첫 법원 판결이다.
정 작가 측은 이날 첫 변론에서 대법원 판례는 없지만 여러 하급심 판결에서 시간 강사가 승소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로 시간을 강의 시간만으로 따져서는 안 되며 구체적으로 산정한 명백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 작가 측은 "산학협력 근무 기간에도 시간강사 지위가 유지됐다. 근로 기간 단절이 없다고 보면 일부 시간이 주당 15시간에 못 미치는 기간에 있었더라도 기간을 포함에 근로 시간을 인정해 퇴직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연세대 측은 강의 시간 외는 정 작가가 자유롭게 저작 활동을 하는 등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기 어렵고, 실제 근로 시간은 15시간 미만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방학 기간에는 근로가 단절됐고 지휘·감독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측은 "수당은 일주일 평균 4.8시간을 강의했는데 주휴수당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와닿지 않는다. 연차수당을 청구한 것도 부당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 쟁점을 퇴직금의 경우 '주당 근로 시간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수당은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계속 있었는지'로 정리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10월26일 오후 3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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