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심리를 벌이는 재판부에 제출한 자필 탄원서에서 정치권 경찰 수사 개입 의혹을 언급했다.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정치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기에 부담감이 큰 경찰은 난감한 모양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8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이 전 대표에 성 접대를 한 의혹이 제기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를 접견 방식으로 마지막 참고인 조사했다. 지난 6월30일 첫 조사 이후 총 여섯 차례 조사를 벌였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표 측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참고인 조사가 길어지면서 경찰이 '기우제식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경찰은 김 대표가 수감 중이라 제약이 있고 반복이 아니라 전체적인 질의 사항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김 대표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이 전 대표를 불러 조사하지 않겠냐고 예측한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 경력이 있는 김 대표의 법률대리인 강신업 변호사는 경찰이 이른 시일에 이 전 대표를 조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피고발인인 이 전 대표가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의심해 경찰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앞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수사 책임자에 "다른 사건은 압수수색하면서 왜 이준석 사건은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느냐"고 독려해 논란이 있었다.
이 전 대표는 당 비대위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 심리를 벌이는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에 자필 탄원서를 제출하며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여권 인사가 경찰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 전 대표는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서 12월까지 물러나면 윤리위 징계절차와 경찰 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몇 군데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라고 탄원서에 적었다. 해당 탄원서는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김광호 청장의 독려 발언 논란에 이어 이 전 대표가 직접 정치권이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수사팀의 중압감은 커졌다. 수사 종결 시점도 고민거리다. 이 전 대표의 혐의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공소시효 때문이다.
김 대표는 2013년 7·8월 이 전 대표에 성 접대를 했다고 주장한다. 공소시효가 5년인 성매매처벌법과 7년인 알선수재죄 등은 만료됐다. 그러나 2015년 9월 추석까지 여러 차례 선물을 제공한 것까지 고려하면 다음 달까지 공소시효가 남았다고 주장한다.
경찰이 이 전 대표의 혐의를 인정해 송치해도,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가처분 사건에 대한 재판부 판단 시점과 맞물렸다는 의견도 있다.
경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든 정치권에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법리적으로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해도, 성 접대 사실은 있었다고 판단하면 정치권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도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이 아니라 범죄사실을 봐야 한다"며 "수사권 조정이 됐는데도 '검찰이 알아서 하겠지'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애매하게 수사하면 역풍이 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외압을 주지는 않겠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수사본부장을 비롯해 수사 지휘 라인 관리자 등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외압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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