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원복' 반기 든 경찰…尹 정부서도 수사권 논쟁


시행령, 상위법과 충돌 공감대…위법‧위헌은 의견 엇갈려

법무부가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밀어붙이는 가운데, 경찰은 공식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박헌우 인턴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경찰이 공식 '반대 의견'을 전달한 가운데, 법무부는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재반박한다. 검찰 수사권 확보를 내건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지만 논쟁은 멈추지 않는 모양새다.

26일 경찰청은 검토의견을 통해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 및 시행규칙 폐지안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상위법의 취지와 달리 검찰 수사 범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건 "위헌·위법"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국회는 지난 4월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6개(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개(부패·경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줄였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골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법무부는 '~등'을 최대한 활용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부패·경제범죄 외에 공직자범죄·선거범죄·일반 형사사건까지 '등'에 포함시켜 검찰 수사 범위를 넓혔다. 검수완박법 시행에 따른 범죄 대응 공백을 막고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경찰은 곧바로 반기를 들었다. 우선 법에서 삭제된 범죄를 시행령에서 다시 포함하는 것은 상위법과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시행령 개정은 국회 동의가 필요 없지만, 상위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인 법률을 위반하는 내용이 담겨선 안 된다.

경찰청은 "법률 개정 이유를 보면 (국회가) 4대 범죄를 삭제하려고 했음이 명백하다"면서 "법무부가 부패·경제범죄의 의미를 재분류하고, 등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은 모법을 함부로 확장해 위임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논란이 된 '등'을 확대 해석해 공직자·선거범죄 등을 수사할 경우 논란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수사·재판 단계에서 해당 사건이 '검찰의 수사 범위'에 해당하는지를 우선 따져봐야하는 등 폭넓은 해석 탓에 국민의 불편이 되레 가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아주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도 비판 논거로 제시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여나가자는 방향성에 공감했는데, 시행령을 통해 우회하는 방안을 내놨다는 지적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8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시행령이) 법 개정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이동률 기자

경찰은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전 부처 중 가장 먼저 의견서를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8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시행령이) 법 개정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법 개정의 취지와 시행령이 상반된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 수사 범위에 따라 혼란이 야기된다는 지적에도 공감했다. 다만 시행령 자체가 위법‧위헌이라는 데는 입장이 엇갈렸다.

오병두 홍익대 법학과 교수(참여연대 형사사법개혁사업단장)는 "법무부 해석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방향과 모순되고, 상위법도 무의미하게 만든다"며 "수사공백과 혼란 방지를 이유로 들었는데, 수사기관은 검찰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수사 범위 적법성에 대한 혼선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앞서 법무부는 장관 명의로 개정 검찰청법이 위헌이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는데, 똑같은 입으로 합헌처럼 시행령을 통해 직접수사 범위를 확장했다"며 "마음대로 법을 만들어내는 건 법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시행령안이 법 개정 취지에 반하고, 검찰의 수사 범위에 대한 기준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등'에 대해선 플러스 알파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법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다. 상위법과 충돌한다거나 위헌·위법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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