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최근 치러진 경찰공무원 2차 순경 공채 필기시험이 ‘역대급’ 난도로 출제돼 수험생들과 학원 강사들이 변별력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올해 2차 순경 필기시험은 지난 20일 진행됐다. 남자 1336명, 여자 386명을 뽑는 시험에 각각 2만3938명, 1만3031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남자 17.9대 1, 여자 33.8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찰학과 형사법 등 필수 과목이 전례 없는 초고난도로 출제됐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 수험생들의 비명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 수험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난도조절 실패를 주장하는 글들이 다수 게재됐다.
한 수험생은 "시중 교재로는 공부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이 출제됐다"며 "잘 찍기 신공을 발휘한 흡사 ‘무속인 공채’와 다름 없어 노력을 부정당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형사법과 경찰학은 각각 40개 문항으로 구성됐고 제한 시간은 40분이다. 1분에 1개 문항 꼴로 풀어야 하지만 이번 시험은 지문이 긴 데다 물음 자체도 지엽적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개수형 문제가 통상 2~3문제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형사법에서만 10문항, 경찰학에서도 7문항이 출제됐다.
또 다른 수험생은 "경찰청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실력을 문제 삼는 여론을 의식해 시험 난도를 높였다는 뜬소문도 있다"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번 순경 필기시험은 유명 학원 강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됐다.
변호사 출신의 한 형사법 강사는 ‘경찰청에 항의 전화를 했다’며 통화 내용을 커뮤니티에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경찰승진과 경찰간부 등을 통틀어 역대급으로 어려운 시험이었다"며 "40분 안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잘 찍은 자가 합격할 수밖에 없다"고 항의했다.
또 다른 형사법 강사도 커뮤니티에 ‘경찰청 관계자’와 ‘출제자’ 등을 거론하며 비속어를 연상하게 하는 비판 글을 남겼다.
수험생들은 대통령실 국민제안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험 특성상 난도는 매해 다를 수 있다"며 "과목마다 여러 명의 외부 전문가들이 출제위원으로 참여해 꼼꼼한 검수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문항을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찰공무원 2차 순경 공채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는 오는 26일 각 시도경찰청 별로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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