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여성우선주차장 '가족우선'으로 바꾸는 까닭


시설개선→범죄우려 감소, '역차별' 지적도…"사회적 합의 됐다는 판단"

오세훈 서울시장이 13년 전 직접 도입한 여성우선주차장을 가족우선주차장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가족우선주차장 예시. /서울시 제공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13년 전 직접 도입한 여성우선주차장을 가족우선주차장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결정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주차장 시설 개선으로 안전 우려가 많이 해소돼 실효성이 떨어졌고, 사회적 인식도 바뀌었다는 판단이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이 최근 발표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에는 공영주차장의 모든 여성우선주차구역을 가족우선주차구역으로 바꾼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여성우선주차장은 지난 2009년 오 시장이 '여행(여성행복) 프로젝트'의 하나로 도입한 제도다. 보안시설이 부족한 주차장에서 여성을 범죄 위험에서 보호한다는 취지였다.

서울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를 근거로 주차대수 30대 이상인 주차장에 설치했으며, 올 6월 기준 시내 전체 공영주차장 129곳·1만6640면 가운데 69곳·1988면을 여성우선주차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영주차장 외에 각종 민간 시설로도 널리 확산돼 우리 일상 속에 익숙하게 자리잡은 정책이다.

이런 정책을 손보기로 한 것은 우선 도입 당시와 비교해 주차장 보안시설 및 관리 수준이 훨씬 개선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전수조사한 결과 당시 기준으로 여성우선주차장을 운영 중이던 공영주차장 57곳 중 53곳(93%)에 상주관리자가 있었고, 49곳(86%)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아울러 상주관리자나 CCTV가 모두 없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기자설명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이를 비롯해 주변 환경, 위치, 조도, 야간조명 등 항목을 바탕으로 안전도를 자체 평가한 결과 10점 만점에 8.7점으로 분석됐다. 또 이 구역에 주차된 차량 중 16%만 여성이 운전한 차량으로 조사됐다. 도입 취지를 감안하면 정책 실효성이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판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책 전환은 이번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와 별개로 이전부터 검토를 시작했다"며 "그동안 주차장의 안전도가 많이 향상됐고, 시민들의 인식도 많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만 배려하는 것이 역차별이라는 민원도 있었고, 여성보다는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여론도 꾸준했다. 관련 단체 등을 통해 의견수렴한 결과도 비슷했고,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새로 도입하는 가족우선주차장의 이용 대상은 △임산부 및 임산부 동반 차량 △만 5세 이하 영유아 동반 차량 △고령이나 건강 등으로 이동이 불편한 가족을 동반한 차량 등이다. 현재 여성우선주차장과 마찬가지로 권고 형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어겨도 과태료 등 제재는 없다는 뜻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디자인 시안을 마련하고 조례 개정을 준비 중"이라며 "올해 안에 조례 개정을 마치고 내년에 각 주차장별로 도색 작업 등을 진행해 순차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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