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주현웅 기자] 류삼영 총경이 본인의 징계 배경을 놓고 "경찰청장보다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며 정부가 끊임없이 경찰을 모욕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류 총경은 18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데 따른 대기발령 조치와 경찰국 신설 등에 대해 작심한 듯 강도 높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서장회의를 앞두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을 통해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 후보자가 회의 결과를 함께 논의하길 원한다고 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회의는 토요일이었고 그 다음주 화요일이 국무회의였으므로, 저는 일요일에 윤 청장과 만나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타진했다"며 "그래야 윤 청장이 월요일쯤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우리 경찰의 뜻을 건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대화가 오같 끝에 회의 이틀 뒤인 월요일에 저와 윤 청장이 만나기로 했다"며 "하지만 회의 당일 갑자기 해산하라는 직무명령이 내려왔다"고 밝혔다.
류 총경은 "윤 청장이 이중인격이 아닌 이상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경찰청장의 의사를 강하게 제압할 수 있는 영향력이 개입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이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에 비유한 발언에 대해선 "적반하장"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헌법이 보장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수호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경찰서장 회의를 열고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것"이라며 "이런 공무원들의 입을 막으려 하고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세력들이야말로 쿠데타 일당이며 적반하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찰국 신설의 경우 경찰청장이 없는 시기를 틈타 날치기로 진행되는 등 절차적 하자가 분명하다"며 "특히 정부는 경찰관 처우 개선 등을 끼워 넣는 식으로 ‘당근만 주면 무슨 일을 해도 된다’는 의식을 드러내는 등 경찰을 모욕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답변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과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 출신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회의를 해산하라는 직무명령을 왜 참석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는지"를 묻자 "제가 알려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사람인가"라고 맞섰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권 때도 경찰의 정치적 독립은 보장되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류 총경이 "답변하겠다"고 했으나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이 의원이 ‘질의한 게 아니다’라며 발언을 멈췄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질의한 게 맞지 않냐. 대답하겠다’는 류 총경과 ‘질의가 아니다’라는 이 의원의 말이 여러 번 오갔다.
류 총경은 "저는 경찰서장 회의를 불법으로 규정한 경찰청 조치에 대해 사법투쟁으로 시비비를 가려보겠다"며 "국회는 입법이나 권한쟁의심판 등을 통해 경찰국 폐지 등에 나서주길 바란다"고도 당부했다.
이날 류 총경은 약 2시간 동안 질의에 답변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이 ‘끝났으니 나가보시라’고 하자 "할 말이 많은데"라는 말을 남긴 채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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